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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보우먼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28일 양적 긴축(QT) 속도를 늦추는 것을 금리 인하의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보우먼 이사는 이날 일본은행(BOJ) 통화경제연구소(IMES)가 도쿄에서 주최한 '2024 BOJ-IMES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보우먼 이사는 다음달부터 QT 속도를 늦추기로 한 Fed의 결정이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폈다. 그는 "Fed의 지급준비금이 여전히 충분해 2022년 중반부터 시행 중인 월 95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행할 시간이 더 많다"고 했다.
QT는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나 유가증권 등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재매입하지 않고 장부에서 털어내는 통화 긴축 정책을 말한다. 국채를 재매입하지 않을 경우 시중 유동성이 감소한다.
Fed는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매월 600억달러에 달하는 국채 경감 규모를 6월부터 250억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기관 부채와 모기지담보증권(MBS) 경감액은 350억달러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Fed의 QT 목표 금액은 950억달러에서 600억달러로 줄어든다.
Fed가 QT 속도를 늦추는 것은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2019년 발생한 '레포(환매조건부채권) 발작' 사태의 재연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레포는 일정 기간 후에 도로 사들인다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채권 거래를 뜻한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으로부터 국채를 담보로 자금을 빌리면(레포 거래)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반대로 중앙은행이 자금을 빌리면(역레포 거래) 유동성이 감소한다. 레포 시장은 시중 은행들이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는 '자금 풀'인 셈이다.
2019년 9월 자금 시장이 마르며 '레포 발작' 사태가 일어났다. Fed가 대차대조표를 꾸준히 축소했고, 미 국무부가 국채 발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히면서다. 연 2%에 달하던 레포 금리가 하루만에 연 10%까지 치솟았다.
보우먼 이사는 "Fed의 오버나이트(하룻밤) 역레포 시설에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남아있다"라며 "준비금이 적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대차대조표의 유출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직 그 시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Fed의 RRP 잔고는 2022년 약 9조달러에서 현재 7조4000억 규모로 축소됐다.
보우먼 이사는 지난 5월 FOMC에서 양적 긴축 속도를 늦추는 데 반대한 것으로 지난주 공개된 회의록에서 드러났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경제가 여전히 강할 때 충분한 준비금에 도달하기 위해 대차대조표 규모를 계속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