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국회 상임위원회의 여당 의원들은 전체회의 개최를 준비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 전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원내지도부는 “21대 국회에선 더 이상 상임위를 열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이들 의원의 움직임을 저지하고 나섰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지난 2일부터 국회 일정 ‘보이콧’ 방침을 이어가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참했다.
민생을 책임지는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당장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밀린 경제·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그간 국회 관행이었다”며 “왜 21대 국회만 그 같은 책임을 방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보이콧 이유도 석연치 않다. 2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해병대원 특검법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고 민생 법안 심의까지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상임위 보이콧 지시를 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개인 스타일에서 이유를 찾는 이들도 있다. 정치적으로 상대당이 얻어가는 것이 많아 보이는 시점에는 상임위 활동에 나서지 않는 승부수를 과거 원내수석 시절부터 던져왔다는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생법안이 21대 임기 종료로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안타깝다’는 소회로 끝내기엔 민생법안 처리는 너무나 시급하고, 여당의 책임 역시 무겁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원전의 임시 폐기물 저장시설이 2030년 포화되면 원전 가동이 차례로 중단된다. 당장 지금 통과돼도 203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건립을 마무리하기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예금 보험료율 한도 기한을 연장하는 예금자보호법은 당장 오는 8월 일몰된다. 원 구성 협상 과정에 따라 22대 국회의 본격적인 활동이 8월 이후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몰 전에 한도가 연장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미뤄진 민생법안 처리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여당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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