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최대 소형모듈원전(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 증기발생기 튜브 등 2조원 넘는 주기기를 납품한다는 소식이다. 원전 설계가 뛰어난 미국 기업과 제작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이 손을 잡음으로써 급성장하는 SMR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국내 ‘제2의 원전 르네상스’를 맞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7년 노력 끝에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두산은 대형 원자로를 34기나 제작한 원전 강자였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수주 물량이 끊겼고 수출길도 막혔다. 2017년 100%이던 공장 가동률은 3년 뒤 10%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수백 명을 명예퇴직시켜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두산이 미래를 보고 선택한 것이 SMR 분야였고, 전용 라인 구축과 뉴스케일파워에 두 차례 투자를 통한 핵심 부품 독자 공급권 확보 등으로 부활의 나래를 편 것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건설비용이 10분의 1밖에 안 되고, 훨씬 안전하며, 환경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어 에너지산업 판도를 바꿀 차세대 꿈의 원전으로 불린다. 대량의 전기를 소모하는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설치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한국은 2012년 세계 첫 소형원자로 표준설계 인증을 획득하는 등 자타가 공인한 SMR 개발 선도국가였으나 탈원전 정책으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경남·창원 지역을 ‘글로벌 SMR 파운드리(수탁생산) 허브’로 육성하는 등의 방안을 내놨는데, 차질 없는 실천이 관건이다.
때맞춰 두산뿐만 아니라 HD한국조선해양,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SMR 개발에 뛰어들어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은 2030년 SMR 상용화를 목표로 국가 차원에서 뛰고 있는 만큼 우리도 민관이 역량을 모아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탈원전 미몽에 사로잡혀 해마다 SMR 등 원전 관련 예산 삭감에 나서는 야당은 더 이상 미래 발전에 훼방이나 놓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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