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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사이즈' 옷만 파는데 불티…10대 소녀들 열광한 옷 정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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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이 '모두에게 맞는 원 사이즈(One size fits all)'라더니, 그 사이즈가 '스몰'이더라고요."

최근 한 한국인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에서 이같이 말하며 미국의 의류 브랜드를 소개했다. 미국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의류 브랜드 '브랜디 멜빌'이다. 이 유튜버는 영상에서 해당 브랜드의 옷을 입어보며 "옷이 전반적으로 타이트하고 작았다"면서 "여긴 모든 옷이 단일 사이즈인데, 다 스몰에 해당하는 사이즈였다"고 평했다.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54만회, 유튜브에서 90만회의 조회수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브랜디 멜빌은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출발한 여성의류 제조·직매형(SPA) 브랜드다. 이탈리아 출신의 사업가가 창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41개의 매장이 있고 아시아에서도 중국 베이징·상하이, 일본 도쿄, 홍콩에 총 5개 매장이 있다.

이 브랜드의 특징은 체형이 작은 사람만 입을 수 있는 '원 사이즈' 옷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옷마다 엑스스몰(XS) 혹은 스몰(S) 크기의 단일 사이즈 의류만 판매한다. 배꼽이 드러나는 짧은 기장의 크롭티, 골반에 걸쳐 입는 펑퍼짐한 바지 등 브랜드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최근 다시 유행하고 있는 Y2K(190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밀레니얼 패션)와 맞물려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소위 '힙한 패션 브랜드'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가격은 상의 10~20달러, 하의 30~40달러, 액세서리 3~8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해당 브랜드의 의류를 입은 미국 청소년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brandymelville', 'brandyusa' 등으로 올라온 게시물 수는 103만건을 넘어섰다.

이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 사이즈 정책, 직원 채용 정책과 관련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3월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미국 10대 소녀 사이에서는 브랜디 멜빌의 옷을 입을 수 있는지 여부가 인기의 척도로 여겨진다"고 보도했다. 옷이 날씬한 체형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는 것.

인디애나주에 사는 안나(17)는 WSJ에 "내 친구들은 모두 브랜디 멜빌을 입고 학교에 간다"며 "이 옷은 지위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뉴저지에 사는 레이첼(12)도 "브랜디 멜빌을 입으면 스타일이 좋고 인기 많아져 사람들이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고 했다. 대학생인 알리 로누도 "한때 브랜디 멜빌을 입고 싶어 체중 감량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WSJ는 "이 브랜드가 마른 체형의 10대들에게 하여금 자신의 체형을 '특권'으로 여기게 한다"며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이 외모 차별주의를 가속화한다"고 꼬집었다.

광고 모델이나 가게 점원으로 금발의 마른 백인 여성을 내세우는 마케팅도 논란이다. 실제로 브랜디 멜빌은 외모를 기준으로 한 고용 지침으로 미국에서 차별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 회사 미국 법인에서 근무하던 루카 로톤도는 3월 WSJ 등 외신을 통해 "전형적인 백인 10대 소녀에 해당하지 않는 외모의 직원을 해고하라는 지시에 불응하자, 회사가 자신을 잘랐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밝혔다.

2013년 유색 인종 모델을 기용하지 않고, 유럽과 북미 백인 체격에 맞는 옷만 제작해 미국 전역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앤드피치'가 연상된다. 다양한 체형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의류 사이즈 종류를 늘리고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쓰는 미국 패션브랜드들의 추세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2021년 블랙핑크의 제니가 해당 브랜드의 의류를 입어 처음 알려졌고, 지금까지도 브랜디 멜빌의 옷은 미국여행 쇼핑 품목이나 직구 품목으로 인기다.

홍콩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박모 씨는 "미국 의류 브랜드는 보통 아시아 여성 체격에 비해 한 사이즈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브랜디 멜빌의 옷은 확실히 작은 편"이라며 "깡말라야 예쁘게 맞는 디자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서양인 유학생, 현지 아시아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유명 쇼핑몰에 위치한 매장도 붐비는 편"이라며 해당 브랜드의 인기를 전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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