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올해 2월, 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암호화폐, 일명 스캠 코인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던 유튜버 오킹(본명 오병민)이 지난 24일 3개월 만에 복귀했다. 200만 구독자를 자랑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던 오킹은 스캠 코인 의혹을 부인하며 거짓말 해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오킹이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고, 생방송을 진행하며 유료 후원까지 받으면서 미디어 윤리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사례2. "맛이 할머니 살을 뜯는 맛",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 발언으로 문제가 된 피식대학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 피식대학은 상황극 코미디를 콘셉트로 내세워 구독자수 300만명이 넘겼고,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피식쇼'로 예능 작품상을 받으며 유튜브 콘텐츠의 메인 스트림 입성을 알렸다. 하지만 최근엔 개그맨 박명수까지 나서 "웃기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지만 남을 폄하하거나 남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 안 된다"는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유튜브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재석, 신동엽, 박명수, 송은이 등 유명 방송인들까지 나서 자신들의 채널을 개설하고, 자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커진 인기와 영향력과 함께 논란도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회수가 수입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콘텐츠 특성상 도파민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에서 불거지는 논란은 크게 크리에이터의 사생활, 도덕성과 같은 개인적인 문제와 콘텐츠 내용의 부적절함으로 나뉜다. 오킹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코인 논란은 전자로 그 외에 유튜브 채널 '숏박스' 김원훈과 조진세, '별놈들' 나선욱은 물론 '리춘수' 채널을 운영 중인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 이천수까지 연루됐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MMA리그와 스포츠센터 등을 운영하는 회사 위너즈의 가상화폐 '위너즈 코인'과 관련해 불법 자금모집 등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위너즈는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거래소에 상장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위너즈 코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위너즈 측은 '코인 사기' 의혹을 부인하며, '악성 루머'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회사 이사로도 알려졌던 오킹은 논란 이후 법률대리인을 통해 "코인 구매 및 해명 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금일 위너즈 측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및 강요죄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오킹의 입장에 위너스 측은 "강요는 없었다"고 재반박했고, 그의 해명 방송 후에도 "네 거짓말 때문에 피해당한 나포함 회사 사람들, 투자자분들 수십명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며 "혼자 살겠다고 (위너스 코인을) 스캠 코인으로 만드냐"고 의견을 밝히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심각한 범죄 행위가 아니라도 시청자를 "기만했다"는 좌표가 찍히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튜버 진자림은 지난 2월 탕후루 가게 창업 논란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영업을 하고 있던 탕후루 가게 옆에 새 탕후루집을 열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도덕이 없다', '유명세를 이용한 횡포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창업 준비 과정에서 탕후루집 개업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졌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음에도 같은 건물에서 영업 중이던 자영업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자영업 컨설팅 유튜버 장사의신, 요리 유튜버 승우아빠 등도 거짓말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버들의 잇따른 논란에 한 관계자는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연예인에 버금가는 도덕성과 행동을 기대하는 분위기"라며 "유튜버를 '인플루언서'라고 하기도 하는 만큼, 그들의 부와 영향력을 고려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식대학 논란 이후엔 콘텐츠의 무분별한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치고 있다.
피식대학은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인 후 침묵하다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후 다른 논란들도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출연 영상 썸네일이 'PSICK Show'(피식쇼) 로고가 일부 가려져 'FXXK she'라고 보일 소지를 제공했고,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의도는 없었다"면서 썸네일 이미지를 교체했다.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은 "유튜브에선 표현, 수위나 이런 지점에 있어 '모든 게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며 "하지만 환경이 바뀌고 영향력이 생기면 책임도 따른다. 지금의 논란은 변화하는 과정 안에서 나오는 잡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전엔 '가짜뉴스'가 나와도 '이런 얘기가 나오나 보다' 했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피식대학 논란은 그런 면에서 큰 사건이다. '유튜브는 다 가능하다'가 아니라, 영향력이 생기면 거기에 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신호"라고 봤다.
그러면서 "구독자가 이탈하는 것을 보면서, 이전 미디어들은 방심위로 제재가 됐다면, 유튜버에선 구독자들에 의해 제재가 될 수 있구나 싶다"고 덧붙였다.
유진희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유튜브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에 대한 문제가 과거보다 커졌다기보단, 시장이 커지면서 그 사례가 더 돋보이게 됐다는 게 맞을 것"이라며 "콘텐츠 영향력이 커지면서 구독자들이 셀프 필터링, 모니터링은 강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된다고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는 등의 규제는 힘들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더욱 정교히 하고, 사후 모니터링을 강력하게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결과적으론 교육"이라며 "미디어 윤리를 강화해 구독자들이 비판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