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전(SMR)에서 ‘잭팟’을 터뜨린 데 이어 대형 원자력발전에서도 초대형 수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하는 ‘팀코리아’가 체코 정부가 발주하는 30조원짜리 원전 프로젝트에서 프랑스와 함께 결선에 올랐기 때문이다. 2009년 따낸 23조원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원전 프로젝트를 능가하는 역대 최대 원전사업을 수주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체코 정부는 남부 지역인 테멜린과 두코바니에서 1200㎿ 규모 원전을 최대 4기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7월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연말께 최종 사업자를 뽑는다.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형 원자력발전소의 주기기를 담당한 두산에너빌리티도 수주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체코 프라하를 방문해 얀 피셔 전 체코 총리, 페트르 트레쉬냑 산업부 차관, 토마스 에흘레르 산업부 부실장 등에게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주전은 한국과 프랑스의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참가할 계획이던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 문제로 입찰에서 배제됐고,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제안서를 내지 못해 탈락했다.
1960년대부터 원전을 구축한 프랑스는 역사로 따지면 한국을 능가하는 원전 강국이다. 56기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2위다. 납기, 품질, 가격 등 세 가지 측면에선 한국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여러 차례 납기를 지연한 전력이 있어서다. EDF가 맡은 핀란드의 3호 원전 올킬루오토3는 가동이 예정일보다 12년 지연됐다. 기술 개발에 차질이 발생한 게 원인이었다. 2009년 UAE 바라카원전 수주전(약 23조원 규모)에서 한국이 프랑스를 누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은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팀을 이뤄 한국형 원전 수출 첫 사례를 달성했다. UAE 원전 수주 이후 한국은 핵심 설비를 국산화하고, 건설 및 운영 노하우도 끌어올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바라카원전도 납기를 지켜 지난 3월 UAE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팀코리아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