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명령을 무시하고 군사 작전을 지속했다.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차치 하네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N12 방송에서 ICJ 명령에 대해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라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고, 법원(ICJ)이 방어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이어 “(ICJ가) 요구하는 것은 라파에서 집단 학살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집단 학살을 저지르지 않았고, 앞으로도 학살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ICJ는 지난 24일 “라파에서 군사 공격 및 다른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접근을 허용하라”고 했다.
이스라엘은 ICJ의 명령 후에도 전투기로 가자지구 일대 목표물 폭격에 나섰다. 가자 북부에선 드론(무인기) 폭격으로 자발리야 인근 대피소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0명이 숨졌다. 지상군도 곳곳에서 하마스 등 무장세력과 교전을 벌였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성명을 통해 “라파에서 작전 중인 병력에 총격을 가한 테러리스트가 사살됐고, 터널 갱도 여러 개가 발견돼 무기 은닉처와 함께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북부에서도 전투가 이어졌다. 하마스는 “전투대원들이 시온주의 군대(이스라엘군)를 터널 안으로 유인, 매복 공격을 통해 사살하고 포로로 잡고 부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피해가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에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응해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했고, 작전이 7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3만6000명을 넘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휴전·인질석방 협상이 다음주 재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가 주도하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새로운 제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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