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준공 60년을 맞은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스마트 플랜트’를 본격 도입 중이라고 26일 발표했다.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T) 기술을 접목해 공정 운전과 설비 관리를 효율화하고, 안전·보건·환경(SHE) 관리를 체계화하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스마트 플랜트로 연간 100억원 이상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령 사람이 조작하던 공정 변수를 시스템으로 자동화하는 공정자동제어(APC)로 연간 20억원을 절약하는 식이다. 또 고장이 예상되는 장비를 사전에 교체하는 고장예측솔루션으로 연 20억~30억원을 아낄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9년부터 적용한 APC, 고장예측솔루션을 포함해 공정자동제어고도화, 안전모니터링체계 등 ‘스마트 플랜트 2.0’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기업이 조립 라인에 도입하는 ‘스마트 팩토리’와 달리 장치 산업인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솔루션을 짰다. 해외 기술을 구매하지 않고 자체 개발했다는 게 특징이다. 회사 측은 스마트 플랜트 솔루션을 다른 기업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를 이르는 말)가 은퇴하자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에서 사고가 두 배가량 늘었다. 현장을 떠난 베테랑 엔지니어의 노하우가 전수되기 어려운 탓이다. 세대교체→근로자 역량 저하→사고 발생이라는 악순환을 스마트 플랜트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K이노베이션의 판단이다.
회사가 스마트 플랜트 일환으로 주니어 엔지니어에게 시니어의 기술을 전수하기 위해 ‘엔지니어 기술 챗봇’을 개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챗봇은 챗GPT처럼 상세하게 작업 과정을 설명해준다. 또 신입 엔지니어에게 CDS(시민데이터사이언스) 과정을 이수시키는 등 전문인력 육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방문한 울산CLX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이 고도화설비(FCC)를 돌아다니며 가스 누출 등을 감시했다. 스폿의 대당 본체 가격은 1억5000만원이고, 각종 장비와 개집 등 부대시설까지 합치면 2억5000만원에 달한다. SK이노베이션은 스폿의 효율성을 점검한 뒤 수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또 증강현실(AR) 기기로 현장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과정을 통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플랜트추진팀장은 “경영진이 강조하니 화려한 것만 좇아 AI, DT를 적용하려다 실패하는 기업이 많다”며 “현장에 실제 쓸 수 있는 기술을 먼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