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9000명이 가입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가 24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 집회를 열었다.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원 200명도 함께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삼노가 호화 집회를 열자 “고질적인 노조 문제가 삼성에도 옮겨붙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집회는 삼성전자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인근 4차선 도로에서 오후 1시부터 2시간30분 정도 열렸다. 집회에는 전삼노 소속 약 500명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약 200명이 참석했다. 전삼노는 유명 가수와 개그맨 등 연예인 세 팀을 불러 한 시간 넘게 ‘대학 축제’를 연상케 하는 공연을 열었다.
삼성 안팎에서 ‘집회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 직원들 사이에선 “회사는 위기인데 노조는 연예인 초청에 수천만원을 썼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집회 참석자가 당초 예상치인 2000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 노조를 보는 여론에 대한 방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집회장 주변에 어린이집과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스피커를 크게 틀고 연예인들과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춘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함께한 것에 대해선 ‘전삼노의 정치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삼노의 상급단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다. 민주노총은 최근 유튜브로 전삼노 활동을 알리고, 집회마다 조직화 담당 부장을 파견할 정도로 ‘삼성 노조 포섭’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 직원 다수는 “민주노총에 가입하면 탈퇴하겠다”고 공공연히 얘기할 정도로 반감이 작지 않다.
전삼노의 단체행동을 놓고 최근 반도체사업 수장이 전격 교체되는 등 삼성에 위기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회사의 ‘위기 극복’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사업에서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김채연/황정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