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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가상자산 ETF 속속 승인…한국만 '크립토 갈라파고스'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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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미국 증시에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한다.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도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현물 ETF를 사고팔 수 없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현물 ETF의 국내 상장은 물론 거래까지 전면적으로 틀어막고 있어서다. 한때 세계 1위 수준이던 한국이 가상자산(크립토) 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1월 12일자 A1, 3면 참조
○SEC 예상 밖 승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3일(현지시간) 블랙록, 그레이스케일, 반에크 등 8개 자산운용사가 제출한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 심사요청서(19B-4)를 승인했다. SEC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더리움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 중 처음으로 미국 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다만 이더리움 현물 ETF가 실제 상장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에서 ETF를 출시하려면 SEC로부터 19B-4와 증권신고서(S-1)를 모두 승인받아야 하는데, 아직 이더리움 현물 ETF는 S-1 승인을 받지 않았다. 통상 S-1 승인을 받기까지는 3개월 이상 소요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가 올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이번 SEC의 결정을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았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달리 ‘스테이킹’이라는 기능이 있어 증권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테이킹은 개인이 보유한 이더리움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기면 보상을 주는 일종의 예금 제도다.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한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먼저 운용사들이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 스테이킹 기능을 완전히 없애 증권성 논란을 해소했다는 평가다.

정치적 이유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많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親) 가상자산 행보를 보이자 조 바이든 행정부도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뒤집었다는 설명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2일 미 하원에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21세기 금융혁신 기술법’이 통과했다”며 “가상자산을 금지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삼자는 쪽으로 입법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韓 금융당국은 ‘복지부동’
국내 투자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이더리움 현물 ETF에 투자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지난 1월 미국 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하자 “국내 증권사들이 해당 ETF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증시에 상장한 ETF 투자 자체를 금지한 것은 초유의 일이었다.

주요 선진국에서 암호화폐 현물 ETF가 활발히 거래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독일, 스위스, 브라질 등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됐다. 지난달에는 홍콩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다.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막자 투자자들이 선물·레버리지 ETF로 몰려드는 촌극도 벌어졌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2일 미국에 상장한 ‘프로셰어즈 울트라 비트코인(BITU ETF)’을 올 들어 6746만달러(약 92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ETF는 비트코인 현물 가격의 일간 상승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초고위험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디지털 자산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암호화폐 ETF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투자자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원칙과 상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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