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져 세상을 떠난 가수 박보람. 지난 23일 박씨의 사망 원인이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최종 부검 결과가 나왔다. 당시 그는 지인 2명과 소주 1병 정도를 나눠 마셨지만, 간 병변과 지방간 등 기저 질환이 있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후 급성 알코올 중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급성 알코올 중독은 짧은 시간 내 갑자기 많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해 나타나는 육체적·심리적 이상 반응을 일컫는다. 보통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보행이 곤란해지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돌출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음주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 이른바 '블랙아웃'도 증상 중 하나다.
이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4%를 넘어갈 경우 호흡 곤란이 일어나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체중 1kg당 100% 순수 알코올 5~8g을 단시간 내에 먹었을 때 농도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kg일 경우 보통 소주 4병 혹은 양주 2병 정도면 치사량에 도달한다. 그럼에도 급성 알코올 중독과 '알코올 중독'을 일상에서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술을 꾸준히 마시면 간암, 뇌졸중 등 여러 질환이 유발되지만, 급성처럼 음주 상태 자체가 직접적인 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응급실에 실려 올 정도로 증상이 심한 급성 알코올 중독 환자는 하루 내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이 곧 급성 알코올 중독의 첫 단계라고 지적한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당연히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그만큼 과음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술이 깨서 몸 상태는 괜찮더라도 간 상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간의 해독 능력이 과하게 저하된 날 과음할 경우 알코올 농도가 치사량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데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응급실에 오는 건 흔치 않다"면서 "노숙자분들이 급성으로 응급실에 실려 오면 워낙 간 상태가 악화한 상태라 손을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저 링거만 달고 회복 여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드문 경우지만 기저 질환이 있을 경우 적은 양의 술로도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할 수 있다"며 "만약 간 질환이 있어서 술을 분해할 효소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라면 평소보다 더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혈중알코올농도가 빠르게 올라간다"고 말했다.
만약 자신의 주량이 세다고 해도 주의가 필요하다. 음주 후 의식이 정상적이라도 몸에 들어온 알코올의 절대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량과 관계없이 일단 술을 먹었으면 음주 측정기에 찍히는 농도는 모두가 엇비슷한 것과 같다. 고 교수는 "주량이 세다는 건 간의 대사 능력이 좋다는 것"이라며 "다만 급성 알코올 중독이 올 정도로 단시간에 다량의 술을 먹으면 아무리 대사 능력이 좋아도 별 의미가 없다"고 경고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