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0억원대 적자를 냈던 넷마블이 달라졌다. 신작을 줄줄이 흥행시키면서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출격을 앞둔 신작 물량도 쌓여있다. 인기 지식재산권(IP)을 발빠르게 재가공하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수조원을 들여 사들였던 코웨이, 스핀엑스 등도 순항하고 있을 뿐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IP 공룡’ 넷마블, 신작 잇따라 성과
24일 앱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는 지난 13~19일 국내 모바일 게임 순위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중국산 게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라스트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등을 뒤로 밀어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지난 8일 출시 후 일주일 만에 매출 350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게임은 2016~2018년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웹소설이 원작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선 “넷마블의 인기 IP 흡수 전략이 통했다”고 보고 있다. 넷마블은 웹소설뿐 아니라 웹툰,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 장르에서 흥행했던 IP를 게임으로 재가공해왔다. 지난 23일 넷마블이 사전 예약을 받은 RPG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는 일본 만화가, 지난달 출시한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은 TV 드라마가 원작이다. 올 하반기 출시할 ‘RF 온라인넥스트’는 2004년 출시 게임인 ‘RF온라인’의 IP를 20년 만에 되살렸다.
게이머들에게 익숙했던 IP를 소생시키자 시장이 반응했다. 넷마블은 지난 1분기 매출 5854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2개 분기 연속 흑자다. 2022년 영업손실로 1087억원을 기록하는 등 7개 분기 연속 적자였던 상황을 뒤집었다. 주가는 지난해 10월 장중 3만6750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0일 그 2배인 7만2400원으로 반등했다. ‘신작 폭탄’이 즐비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넷마블은 오는 29일 MMORPG '레이븐2‘를 시작으로 올 하반기까지 신작 최소 5종을 내놓는다.
방치형 게임 인기에 ‘신속 대응’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점도 넷마블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이 게임사는 지난해 9월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출시해 방치형 게임 열풍을 주도했다. 중소 게임사나 외국업체 위주로 제작되던 방치형 게임 장르에 자체 IP인 ‘세븐나이츠’를 섞어 콘텐츠 품질을 끌어올렸다. 이 장르가 흥행하자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도 같은 장르로 만들었다.
2014년부터 운영했던 게임 세븐나이츠는 오는 8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신작에 집중하기 위한 수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은 개발 과정에서 주목을 못 받은 게임이더라도 내부 테스트 반응이 좋으면 빠르게 상용화한다”며 “유통 역량도 충분해 사업 전환 속도가 빠른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M&A)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넷마블이 2022년 2조5600억원을 들여 인수한 홍콩 카지노 게임사인 스핀엑스는 지난해 순이익 1539억원을 냈다. 전년(1208억원)보다 27% 늘었다. 스핀엑스 덕분에 넷마블은 세계 3위 규모 모바일 카지노 게임사가 됐다. 넷마블이 2020년 1조7401억원에 지분 25.08%를 인수한 코웨이도 지난 1분기 매출 1조18억원, 영업이익 19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이 회사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비용 절감에도 힘을 주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구개발비(R&D)로 6708억원을 썼다. 전년(8580억원)보다 22% 줄였다. 도기욱 넷마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 항목은 큰 증가 없이 올해 말까지 유지하겠다”며 “매출액이 증가하는 만큼 수익성이 개선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하이브 주식 약 7434억원어치를 매각해 유동성도 확보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