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를 위한 IT시민연대(준비위)' 위원장을 맡는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라인 사태 긴급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얼마 전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며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라인처럼 크면 혹시 또 (네이버처럼) 지분을 탈취당할 수 있지 않은지 이에 대해 시스템적 정비를 해야 하는데 (지분을 빼앗기면) 그땐 이미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기부가 앞서 일본 도쿄에서 '한일 벤처·스타트업 투자회담 2024'를 열어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한 것. 위 교수는 "일본에서 기회가 있으니 한국 IT 기업들에 많이 가라고 하면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부와 국회는 라인뿐 아니라 한국 IT 기업들이 일본 사업 과정에서 불이익과 부당한 처우를 겪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되는데 손발이 안 맞는다"면서 이 같이 비판했다.
전문가들 "IT 후진국 일본, 라인 확보해 돌파구"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자국 IT 발전 속도가 더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네이버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 보안 사고를 빌미로 네이버가 보유한 관련 지분을 소프트뱅크로 넘기라는 취지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디지털 무역이나 클라우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이뤄져 왔던 (일본 정부의) 산업 정책의 한 축으로 라인야후 경영권을 활용하려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가 동남아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라인플러스를 네이버에 넘길 가능성도 낮게 봤다. 이 교수는 "글로벌 시장을 전담하고 있는 라인플러스에 대한 (소프트뱅크의) 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소프트뱅크 입장이나 일본 산업정책 입장에선 라인플러스를 포기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최대 주주인 A홀딩스 지분을 15% 정도 넘기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라는 관측도 나왔다. 사실상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뜻하는 일본 정부 측 행정지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라인야후를 기반으로 한 관련 사업을 모두 포기하도록 보복성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가 지분관계 개선을 요구한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에 대해 "라인망가, 네이버제트 같은 서비스를 보호하려면 네이버가 후퇴해야 할 것"이라며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 지분 75%를 가질 때까진 네이버가 양보를 해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네이버는 두 번째 대주주로 남아 영향력을 갖고 글로벌 사업을 유지하면서 독립할 체제를 갖춰야 되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여기에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일투자협정 근거로 "협의 요구" 주장도
당장은 국제법에 규정된 권리를 활용해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한일투자협정에는 당사국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협의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 조항을 발판 삼아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한 협의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라인야후) 사태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이래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며 "우리가 가진 국제사회에서 지극히 정당화되고 있는 국제법적 권한을 투명하게 정공법으로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네이버가 입장을 솔직하게 해달라' 같은 메시지를 내고 대응해선 안 된다"며 "곧 한중일 정상회담과 별도로 한일회담도 할 텐데 (라인야후 문제가) 공식 의제로 제기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