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가 엔비디아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해외 시장 투자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공세를 취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리고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하는 등 고삐를 죄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24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날 로이터 보도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현재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지속적으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은 D램을 여러 겹 쌓아 만든 메모리 반도체다.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반드시 필요한 제품. 생성형 AI 열풍으로 더 정교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해지면서 HBM 수요가 급증했다.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를 공략해야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수요를 잡으면서 HBM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쫓아오려 하는 만큼 SK하이닉스 역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투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엔 HBM 등 차세대 D램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청주에 20조원을 들여 신규 팹(공장)에 M15X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생산시설로 육성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HBM 수요에 대응하는 거점으로 변경, 기민하게 대응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의 제조장치·재료 제조업체와 협업과 투자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면서 "일본과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제조할 수 있는지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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