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막바지까지 갈등을 빚어온 여야 정치권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를 맞아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추도식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나란히 참석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는 행사가 끝난 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를 찾았다.
○저마다 해석 다른 ‘노무현 정신’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가족과 문 전 대통령 부부,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을 대표해 홍철호 정무수석이 자리했으며 황 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가 총출동했다.정치권 인사들은 ‘노무현 정신 계승’을 말했지만 각자 강조하는 부분은 달랐다. 황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 분야에서 통합과 상생의 정신을 강조했고, 타협의 정치를 늘 강하게 주장했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저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정치를 함께 실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추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타협을 위해) 노력하되 마지막 순간에는 국민의 뜻에 따라 당연히 다수 의견에 다른 의사 결정을 해 나가야 한다”며 “합의를 명목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는 방치지, 정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 대신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이 강조하고 있는 당원권 강화와 노무현 정신을 연결지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 당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고 존중되는 나라, 정당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저는 안다. (노 전 대통령처럼) 검찰과 언론에 의해 조리돌림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라며 “당시 대통령을 윽박지르던 검사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냐”고 했다.
○文 만난 與 지도부
추도식이 끝난 뒤 황 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20여 분간 환담을 나눴다. 예방을 마치고 나온 황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가 너무 격화되고 특히 정치 언어, 극단적인 표현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의 걱정이 많았다”며 “여야는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면서 대화하고, 또 정책을 개발하고 입법해야 하는데 점점 갈등이 격화되는 것 같다는 말씀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내대표를 맡았던 2011년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며 “(오늘도)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자주 대화하자고 했다”고 말했다.이 대표와 조 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추도식 전에 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식사를 함께하고 환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영국 유학 중 추도식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함께했다. 여기서 문 전 대통령은 “두 정당(민주당·조국혁신당)이 공통 공약이 많으니 서로 연대해 성과를 빨리 내라”는 뜻을 전달했다. 이 대표에게는 “제1당이니만큼 민주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김 전 지사가) 노동당 등 영국의 각 정당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당을 운영하는지 말하면서 참조할 만한 영국 정당의 모습을 많이 말해줬다”고 전했다.
노경목/김해=배성수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