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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지층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혔고, 주요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는 여전히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는 이번 대선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주요 인사의 지지 선언과 형사재판 결과 등이 대선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니키 헤일리 “트럼프 투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서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사퇴 이후 일부 경선에서 20% 넘게 득표하고,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진영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헤일리가 두 달여 만에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만 헤일리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의 행보를 완전히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트럼프는 나에게 투표한 지지자들에게 다가가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며 “(지지자들이)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헤일리는 트럼프의 외교, 이민, 경제 등의 정책에 대해 “완벽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헤일리의 지지 발언은 트럼프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7곳 중 5곳에서 우위를 보였다. 지난 7~13일 블룸버그통신과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네바다 등 7곳 49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바다, 미시간 2곳을 제외한 5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앞섰다.
다만 경합 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 우위는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합주 7곳 전체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48%로 바이든보다 4%포인트가량 앞섰다. 이는 지난달(6%포인트)보다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약 20%의 응답자는 트럼프 재판을 언급했다. 트럼프의 법적 분쟁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리스크로 떠오른 ‘트럼프 영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사법 리스크에 이어 문화 리스크에도 직면했다. 지난 20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7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초청된 트럼프 전기영화 ‘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가 상영되자 트럼프 측은 “악의적 명예훼손”이라며 제작진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이 영화는 트럼프가 1970~1980년대 젊은 시절 뉴욕에서 부동산 거물이 되기까지 일대기를 그린 것으로 트럼프가 1992년 이혼한 첫 번째 부인 이바나 트럼프를 성폭행하는 장면 등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영화에는 트럼프가 체중 감량을 위해 지방 흡입 수술을 받고 마약류인 암페타민을 복용하는 장면, 탈모 증상 완화를 위해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도 담겼다. 대중문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칸에서 첫 상영을 마친 뒤 관객들이 약 8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즉시 반발했다. 스티븐 청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영화를 “쓰레기”, “순전한 허구”라고 폄훼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알리 압바시 감독은 “트럼프는 많은 사람을 고소한다고 하지만 그의 소송 승률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디 어프렌티스’ 제작진이 11월 대선 이전 미국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