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7월 조기 총선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여론조사에서 집권 보수당이 야당인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던진 정치적 승부수다. 14년 만에 정권을 되찾아오려는 노동당과 안보·경제 정책으로 막판 ‘역전극’을 노리는 보수당 간 한판 승부 결과에 따라 영국의 경제·외교 노선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수낵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7월 4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빗속에서 우산 없이 연설에 나선 수낵 총리는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순간이 왔다”며 “오늘 찰스 3세 국왕과 만나 다음 총선을 위해 5월 30일 의회를 해산할 것을 요청했고, 찰스 3세가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조기 총선 카드는 수낵 총리에게 ‘정치적인 도박’이나 다름없다. 당초 영국 총선은 10~11월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뒤지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시장 선거가 치러진 11개 지역 중 단 한 곳에서만 승리했고, 지방의회 의석은 절반 가까이 잃었다. 법률상 차기 총선은 내년 1월 28일 전까지 치르면 된다.
수낵 총리가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는 ‘늦을수록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의 경제 성장률은 작년 3, 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플러스(0.6%)로 전환했다. 이날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3%로 영국중앙은행(BOE) 목표치(2%)에 근접했다. 이는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수낵 총리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보호를 여러분께 제공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강한 안보와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웠다. 수낵 내각은 보수당 내부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당은 14년 만에 집권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차 있다. 노동당이 가장 최근 집권한 건 1997년부터 2010년까지다. 보수당은 2010년부터 15년째 집권 중이지만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네 번 총리가 바뀌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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