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칩 대장주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놨다. 증권가는 AI 사이클 국면이 아직 초기 단계인데다 내년까지 AI칩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공개한 2025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260억달러(약 34조원)로 전년 동기의 71억9200만달러 대비 26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가 전망치(246억9000만달러)를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169억달러(약 23조원)로 1년 전의 21억4000만달러 대비 무려 8배 늘었다. 이 역시 월가 전망치인 128억3000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61% 늘어난 6.12달러를 기록했다.
호실적 배경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이 AI 개발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거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엔비디아의 최고 재무 책임자 콜레트 크레스는 "핵심 AI칩인 H100 GPU가 포함된 '호퍼'(Hopper) 그래픽 프로세서 출하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분기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메타가 2만4000개의 H100 GPU를 사용하는 최신 대형 언어 모델인 라마3(Lama 3)을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대형 클라우드 제공업체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와의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차세대 AI GPU가 더 많은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다음 성장의 물결(next wave of growth)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또 "차세대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며 "기업과 국가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1조달러 규모의 기존 데이터 센터를 가속화된 컴퓨팅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센터인 AI 공장을 구축해 새로운 상품인 AI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젠슨 황 CEO는 성명에서 지난 3월 공개한 차세대 AI칩 '블랙웰'을 생산하고 있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블랙웰은 이번 분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같은 실적 발표에 엔비디아 주가도 급등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보다 6.16% 오른 1008달러에 거래됐다.
증권가는 내년까지 AI칩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시에선 최대 수혜주로 SK하이닉스가 지목됐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컨콜에서 수만, 수십만개의 GPU를 사용하는 AI 팩토리들이 메타, 테슬라 등의 주도로 구축되고 있다고 밝혔다"며 "국가적 차원에서도 AI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퀄리티가 국가경쟁력의 하나가 됐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H200이 출하중에 있는 데다 H100이 고객 입장에서 제품 가격 1달러당 5달러의 매출을 창출했다면 (H200은) 달러당 7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며 "H200과 신제품 B100 수요는 폭발 중으로 내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압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서버용 고용량 D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예상 수요량 대비 SK하이닉스 생산량은 60%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HBM3와 HBM3E 시장 진입이 늦어진 경쟁사의 생산량은 SK하이닉스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올해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상당히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 하반기에도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현재의 높은 가격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는 AI서버 고용량 D램 모듈을 독점해 온 SK하이닉스에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망인 SK하이닉스의 수혜가 지속돼 주가 재평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1만원에서 2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