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21일 막을 올렸다. 노사는 첫 회의부터 최저임금의 수준 및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이며 올해 심의도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위원장으로는 공익위원인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표결 없이 선출됐다. 간사 격인 운영위원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와 하헌제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이상 공익위원),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과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이상 근로자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상 사용자위원)이 맡았다.
이날 노사는 첫머리발언부터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대립했다. 아직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았지만 올해 심의에선 내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올해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1.42%만 오르면 1만원을 돌파한다.
이미선 근로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의 물가 폭등 등으로 하락한 실질임금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반면 이명로 사용자위원은 “영세 사업주의 지급 능력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도 첨예하게 맞섰다. 류기정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미만율은 2023년 13.7%에 이르고 유급 주휴시간까지 반영하면 20%를 훌쩍 넘는다”며 “최저임금 수준 안정과 더불어 업종·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구분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사회적 요구”라고 말했다. 류기섭 근로자위원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주장을 비롯해 최저임금을 사회악처럼 보는 비상식적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맞섰다.
첫머리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선 근로자위원들이 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최저임금 전면 적용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에 맞불을 놓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경영계 관계자는 “근로자위원들이 특고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주장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며 “올해도 여러 쟁점을 두고 심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노사는 다음달 원하는 임금 수준이 담긴 최초 요구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2차 전원회의는 6월 4일 열린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