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이자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론에 대해 "대권을 노린다면 좀 더 신중한 게 맞지 않겠냐고 생각한다"고 21일 밝혔다.
유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190석 야당의 일방적인 의회 폭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 대표로서 보여줄 역할이라는 게 많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유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최근 정부의 정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지지자들로부터 잇따라 목격되는 것과 관련해 "본인에 대한 여론의 향방이나 대중적 인기를 확인한 것 같다"며 "정책에 대한 의견을 쓰는 걸 보고 저도 정치 활동을 재개한다는 신호탄이 아니겠냐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이번 당 대표는 사실상 다음 대선 1년 6개월 전까지만 하게 돼 있기 때문에 당 대표를 맡아도 차기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다"며 "(한 전 위원장이) 단순히 당권만을 가지고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보다는 대권을 목표로 하는 게 유리하다는 뜻이다.
유 의원은 친윤계가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선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면) 탈당한다는 얘기는 오버 같다. 우리 의원들, 친윤계 의원들, 제가 같이 얘기하는 의원 중에 (한 전 위원장이) '나와야 한다',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식의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총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가고 있던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 인근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통화하는 모습이 포착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양재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포착돼 지지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출마 전 여론 동향 파악을 위한 '목격담 정치'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던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정부의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처음 직접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정부의 KC 인증 의무화 규제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고 했다.
일련의 행보를 놓고 여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에 결심을 굳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같은 정치인을 만나는 등 한 전 위원장이 출마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의원은 지난 16일 SBS 라디오에서 "민심이 부르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고, 민심이 부를 때 거부할 수 없는 게 정치 아니겠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