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33·사진)이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예정된 공연을 강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예매 티켓 환불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공연 예매 티켓을 단독 판매한 멜론은 21일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예매 공지사항에 따르면 오는 23~24일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리는 김호중 콘서트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 예매 티켓 환불 수수료를 면제한다. 또 변경 이전 예매 취소 관객들도 수수료 전액을 별도로 돌려받게 된다.
다만 직접 예매 취소 시 취소 수수료가 부과돼 반드시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해야 한다.
이는 김호중이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중에도 공연을 강행하면서 취소 시 수수료를 팬들에게 부과했던 데 비판이 따르자 시행된 조치로 보인다.
당초 관람 1~2일 전까지 취소 수수료는 티켓 금액의 30%였다.
'슈퍼 클래식'은 세계 4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빈 필, 독일의 베를린 필, 미국의 뉴욕 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현역 단원들이 연합해 하나의 팀으로 공연을 펼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오는 23일에는 김호중이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알려진 아이다 가리풀리나와 함께 무대에 오르며, 24일에는 미국의 유명 소프라노인 라리사 마르티네즈와 합동 공연할 예정이다.
'슈퍼 클래식'은 예정됐던 공연에 김호중이 원래대로 출연한다는 방침이다. 공연 관계자는 지난 20일 "일정이 촉박해서 대체자를 찾기가 어렵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연의 규모가 큰 만큼 취소할 경우, 수억원대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해당 공연의 주최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KBS는 "주최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주최 명칭 및 로고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공연 주관사인) D사 측에 통보했다"고 알린 바 있다.
티켓 가격이 최소 15만원, 최고 23만 원으로 형성된 '슈퍼 클래식'은 티켓 매출만 어림잡아 4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다음 달 1~2일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김호중의 콘서트 역시 공동 주최사인 SBS 미디어넷이 콘서트에 불참한다고 통보하면서 공연 취소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취소되면 수수료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날 김호중의 음주운전·뺑소니 논란에 대해 "수사·공판 과정에서의 사법 방해에 대해 엄정 대응하라"고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음주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고의로 추가 음주하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드는데도 돌입했다.
대검은 "기존 법령과 판례로는 혐의 입증과 처벌에 어려움이 있었던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입법 건의했다"고 밝혔다.
입법 건의안은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년∼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음주 측정거부죄와 동일한 형량이다.
이런 검찰의 지시는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주한 뒤 운전자를 바꿔치기하고 인근 호텔에서 머무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시도한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가 서울 주거지 대신 경기도 한 호텔로 향한 사이 그의 매니저는 그의 옷을 바꿔입고 경찰에 출두해 '내가 운전했다'고 허위 자백했다. 김호중은 사고 17시간 뒤에야 출석해 자신의 운전을 시인했다.
이후 김호중이 일행과 함께 호텔 인근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는 CCTV가 공개됐다. 이를 두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추가 음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호중은 사고 이틀 후 고양에서 열린 콘서트를 진행했고 논란이 불거진 후 창원에서 열린 콘서트 또한 모두 마친 후다. 그는 창원 콘서트에서 현장을 찾은 팬들을 향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속속 드러나는 음주 정황에 사고 열흘만에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출국금지 신청 대상에는 김씨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와 사고 당일 김씨 대신 허위 자수한 김씨 매니저,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도 포함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