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오는 7월부터 서울지역 대형대학병원 중엔 처음으로 장례식장에서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친환경 장례 문화를 도입한다고 20일 밝혔다.
상주와 조문객 등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다회용기 사용을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장례식장은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 중 하나다. 밥그릇과 국그릇, 대중소 접시, 수저, 컵 등 9종류의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일회용 비닐을 사용하는 식탁보도 한 번 쓰고 버려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장례식장에서 1년 동안 동안 배출되는 일회용품 쓰레기는 3억7000만개, 2300톤 규모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회용 접시의 20%가 장례식장에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회사들이 복지의 일환으로 회사 로고가 그려진 일회용품을 직원 상례에 제공하는 것도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다.
최근엔 일회용품이 환경과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지난해 2월 한국소비자원은 일회용기 미세플라스틱 발생량이 다회용기보다 최대 4.5배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6월 서울시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및 다회용품 사용 장려를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2026년까지 서울 지역 모든 장례식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례식장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 중 다회용기 사용을 선언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처음이다. 내년까지 이어지는 시범기간 서울시와 협조해 기존 상조업체에 다회용기 사용을 알리고 설명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조문객에게는 다회용 그릇, 수저, 컵을 제공하고 사용한 다회용기는 서울시에서 정한 세척전문업체에서 수거해 초음파 세척과 소독을 거쳐 포장 후 다시 공급된다. 병원은 다회용기 도입을 통해 매년 일반쓰레기 발생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은 2021년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친환경 경영방침을 수립하고 병원 업계 ESG 활동을 선도하고 있다"며 "장례식장의 일회용기 사용을 당연시 여기는 고정관념을 깨고 친환경 장례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