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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모빌리티 전환, 역사 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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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가던 시절 재 조명
 -세넷, "옛 것에 아쉬워 말고 변화 흐름에 동참할 것"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날 우리의 역할 강조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기 시작할 무렵 사람들은, 과연 마부가 말의 도움 없이 혼자서 마차를 안전하고 빠르게 운행할 수 있을까? 의심했다. 영국인 엔지니어 알프레드 로버트 세넷 (Alfred Richard Sennett)은 신문명 자동차를 둘러싼 이 회의론에 대적하는 한 예언서를 썼다. 책의 제목은 15세기 잉글랜드 요크셔의 예언가 쉽튼 수녀 (Mother Shipton)의 예언서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쉽튼 수녀는 "말 없는 마차가 달릴 것이고, 재앙이 세상을 슬픔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라고 예언했다. 이 예언에 등장하는 '말 없는 마차'가 정확히 자동차를 가리킨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말 없는 마차'가 자동차라면 세넷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자동차가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란 중세의 예언을 조롱하고 탄핵하려 의도한 듯 이 책을 자동차 기술의 혜택과 필요성으로 채웠다. 그는 이 책에 자동차 공학의 역사, 당시의 자동차 제품과 제조업체, 자동차 관련 법률 및 규정, 그리고 마차 제작자와 엔지니어 사이에서 누가 자동차 제조에 우선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을 설득력 있게 담았다. 세넷은 하체와 기계 부품은 엔지니어가 제작하고 승객실은 마차 제작자가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또 다양한 자동차 일러스트레이션과 공학 도표도 실었다.

 세넷은 자동차 혁명이 가져다 줄 경제, 사회, 환경적 장점을 수도 없이 열거했지만 경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의 혜안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책의 38 쪽 '마차에서 말이 사라질 때의 걱정'이다. 세넷은 "말 없는 마차 (Horseless vehicle)를 타고 도로를 달릴 때엔 말의 지능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이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운전자는 차가 따라가야 할 전방을 항상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19세기말, 영국에는 소위 '레드 플래그 법 (Red Flag Act)'이 있었다. 이 법은 원래 스팀 엔진으로 구동하는 도로용 기관차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적용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었기 때문에 초기 자동차에까지 적용되었다. 이 법의 핵심은 자동차를 운행하려면 안전을 위해 한 사람이 자동차 선두에서 빨간 깃발을 흔들며 자동차를 걷는 속도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문명의 전환기, 말의 동력은 열기관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었지만 말의 지능을 대체할 수단은 없었다. 당장 도로 안전 문제가 대두되었고 영국 의회는 말의 뇌를 깃발 든 사람의 뇌로 대체하는 궁여지책을 냈다. 또 깃발을 흔드는 신호수 외에 두 명의 정비 인원 탑승을 강제했다. 근대의 기계 장비는 고장이 잦아 생물인 말에 비해 내구성과 신뢰성이 형편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기계 동력 차가 도로를 달릴 때 이 조건들을 충족지 않으면 법 위반이었다. 이 법은 자동차 속도를 도심에서는 시속 2마일, 변두리에선 시속 4마일로 제한했다. 그 결과 달리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자동차보다 더 빨랐다.

 이 법은 자동차란 신기술을 담기에는 너무 낡고 자동차의 이점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어리석었다. 이 때문에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한동안 코마 상태에 있었다. 1895년 뉴욕 타임스는 "현재의 법 규제가 계속되는 한 누구도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경찰과 법원 앞에 끌려갈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는 레드 플래그 법 폐지 활동가의 발언을 인용하며 자동차 산업을 파괴하는 이 법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같은 시기 이 법에 대항하는 민간 불복종 운동도 시작되었다. 1년 후인 1896년, 마침내 이 법은 폐지되었고, 대신 '도로 위 기관차 법 1896 (Locomotives on Highways Act 1896)'으로 대체되었는데, 이로서 지방 정부가 재량에 따라 자동차 제한 속도를 시속 12에서 14마일 사이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속도 규제는 여전히 가혹했다. 빨간 깃발을 든 기수가 사라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자동차의 주행 능력에 비해 법이 정한 제한 속도는 여전히 말도 안 되게 낮았다. 자동차 기술이 신뢰를 얻고 더 빠른 모빌리티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늘면서 1903년 마침내 제한 속도가 시속 20마일로 상향 조정됐다. 제한 속도는 이후 법 개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올라 현재 수준에 이르렀다.

 어떻게 보면 세넷은 미래 모빌리티 전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한 사람 중 하나였다. 실제로 그는 "자동차는 앞으로 훨씬 더 유용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우리 주변엔 아직 깨뜨려야 할 자동차에 대한 어리석은 편견이 많다"고 말했다. 또 "자동차는 마차보다 운전자가 제어하기 쉽고 조향과 브레이크 능력 모두 마차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말 없는 마차의 위험은 크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어조는 말의 지능이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말없이도 자동차는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원시 자율 주행과의 작별을 아쉬워 말라" 달래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당시의 자동차 포비아는 자율 주행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공포였으니, 현대 우리들의 걱정과 방향이 반대다. 아이러니 하면서도 지금의 과도기적인 모빌리티 흐름 속에서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만약 그가 현시대에 살았다면 그는 자율 주행 자동차 회의론자였을지 궁금해진다.

 "All views expressed here are the author’s own and not those of his employer and do not reflect the views of the employer"

 김남호 F1 동력학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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