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논란과 관련해 20일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을 비판했다. “함께 세심하게 명찰추호(明察秋毫·사소한 것도 빈틈없이 살피는 일) 해야 할 때 마치 정부 정책 전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여당 중진으로서의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정부를 감싼 것이다. 정치권 현안에 오 시장이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으로, 4·10 총선 이후 정치적 보폭을 넓혀온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날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불편이냐 생존이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안전과 기업 보호는 (해외)직구 이용자들의 일부 불편을 감안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시민 안전과 기업 보호에 있어선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주말 정부의 KC 인증 의무화 규제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과 차별화된 메시지다. 이에 따라 오 시장이 “처신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 중진들도 한 전 위원장 등 세 사람인 것으로 정치권에서 해석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있는 한 전 위원장 등 ‘잠룡’들을 오 시장이 저격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에 유 전 의원이 “정치적 동기로 반대를 위한 반대, 근거 없는 비판은 하지 말라”며 적극적인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정부가 80개 제품의 해외직구를 금지한 조치는 유해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KC 인증만으로 포괄적으로 직구를 금지한 것”이라며 “정부도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철회했고, 여당 원내대표도 설익은 정책을 비판했다. 대통령실도 공식 사과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날 오 시장은 국민의힘 비례대표 당선인들과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총선 당선인 및 낙선자들과 만나는 오 시장의 ‘식사 정치’는 알려진 것만 여섯 번째다. 최근 오 시장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한 수도권 낙선자는 “오 시장이 ‘낙선했지만 꼭 필요한 공약이 있으면 서울시도 관심을 가지겠다’고 전했다”며 “과거와 비교해 눈에 띄게 따뜻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당 관계자는 “오 시장이 총선 후 보폭을 넓히며 정책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며 “다양한 인사를 만난다는 것은 시장 이후 다음 행보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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