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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사회의 위기다①] 먼저 발 벗고 나선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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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활동은 어렵거나 피곤한 일이 아니라 일상과 삶을 낫게 바꾸는 즐거운 일이에요.”(성지현 활동가)
“기후 위기는 삶의 터전과 기반 자체를 위협하고 있어요. 기후 정의 관점의 체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활동하고 있어요.”(현마 활동가)

지난달 23일 오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등 정부의 부실한 기후 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를 다투는 헌법재판이 열렸다.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2020년 3월 13일 헌법소원을 낸 후 첫 공개 변론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후소송이 경제 발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환경 문제를 등한시한 인식을 부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변화를 촉구한 주체는 바로 청소년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발 벗고 나선 성지현(18·여) 활동가와 현마(활동명) 청소년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청소년을 연결하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리너 이즈 클리너’ 대표 성지현 활동가


채드윅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성지현(18·여) 대표는 12살에 어머니와 그린피스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성 대표는 봉사활동에서 만난 사람들의 열정에 큰 인상을 받고, 문제의식을 청소년과 함께 공유하고자 국제 환경 단체 ‘그리너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aner)’를 2018년에 설립했다.

‘그리너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aner)’의 핵심은 연결과 확산이다. 성 대표는 단체의 활동을 2020년부터 국제로 넓혀 인도, 영국, 일본 등 세계 각국 청소년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현재 100명이 넘는 청소년 활동가들이 단체에 참여해 캠페인 기획부터 해외 환경 운동가 및 교수를 초청한 교육 포럼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그리너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aner)’의 활동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생활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환경 교육이 어려운 게 아니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른 시기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데, 활동가님께서 개인적으로 기후 위기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연히 그린피스 주관 봉사 활동을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적이 있어요. 당시에 캠페인 기획부터 캠페인 디자인 과정까지 참여를 했는데,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의 열정적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봉사 활동을 계기로 제 일상 생활 속 환경 문제를 더 가까이 인식하게 됐어요. 특히 플라스틱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는데요, 한국은 무의식적으로 또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는 환경이 많으니까요. 플라스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교내에 플로깅 행사도 개최하기도 하고, 직접 매일유업 고객 최고 담당자님과 소통해서 요구르트 ‘엔요’ 제품의 빨대를 없애기도 했어요. 플라스틱 문제는 또 생태 환경과 생물 다양성과 연결되어 있어서 자연스레 기후 위기 문제를 인식하게 됐어요.



지현님은 오랫동안 개인적으로도 기후 위기 관련 환경 활동을 이어오셨지만, 직접 ‘그리너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aner) 단체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청소년을 위한 환경 교육의 필요성과 또 환경 문제를 청소년끼리 자유롭게 나눌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환경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을 느껴서 직접 단체를 꾸리게 됐습니다. 환경문제 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있지만,본인이 어떻게 행동하고,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기후 위기 문제 자체가 폭이 넓은 분야니까 어떻게 실천할지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문제를 더 세분화시켜서 환경 인권, 환경 경영 비즈니스처럼 신박한 주제로 행사와 포럼을 주최하면서 청소년들이 세부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만들고 있어요.

그리너 이즈 클리너(Greener Is Cleaner) 활동을 진행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다양한 나라의 청소년들이 문화의 차이를 넘어서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경험과 솔루션을 공유하는 걸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요. 또 멤버로 들어온 이후에 스스로 새로운 환경 활동을 시작하거나 직접 다른 단체를 꾸리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이 활동이 확산되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최근에는 기존 멤버였던 인도 친구가 그리너 이즈 클리너 인도 계정을 만들어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어요. 이렇게 국경과 문화를 넘어서 공감하고 공동체를 꾸릴 수 있는 게 뿌듯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소년 활동가로서 겪은 어려움이나 난항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여러 행사들에 참여해서 발언을 할 기회가 많았는데, 한 행사에서는 미리 작성된 대본을 주고 읽으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어요. 청소년 활동가라는 어떤 이미지만 필요한 걸까 싶어서 유쾌하지 않았어요. 또 기성 세대 분들께서 활동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냥 ‘좋은 활동이네’하고 넘기시거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함께 변화를 만드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시스템을 바꾸는 건 어렵겠지만, 그래도 지속되는 네트워크 기반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그리너 이즈 클리너 활동을 비롯한 기후 위기 활동은 지현 활동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조금 진부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웃음), 저한테 기후 위기 활동은 터닝 포인트였어요.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지기도 했고요. 또 유학을 가서 환경 정책 관련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직접 단체를 꾸리면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환경 활동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기후 위기 문제는 일상과 결합된 문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 성향에 맞게 환경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기후 위기는 곧 인권의 위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 현마 활동가


현마(활동명) 활동가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 소속 청소년 활동가로 청소년 인권과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수나로’라는 뜻은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미 류’의 소설, 《엑소더스》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언론이자 단체의 이름이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역시 넓은 범위의 청소년 인권을 주장하고, 이를 억업하는 사회 체제나 구조에 비판하는 데에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는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에 소속되어있어, 현마 활동가는 인천의 환경 문제를 가시화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현마 활동가를 비롯한 인천 시민 사회는 ‘인천 갯벌 2026’ 시민 협력단을 조성해 인천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를 주장하고, 인천 영흥도 석탄화력발전소를 2030년 전면 조기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현마 활동가는 자신이 ‘청소년’으로 비춰지기보다는 동등한 개인으로서 활동가로서 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본명과 나이를 부각하기보다 ‘현마’라는 활동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지부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20년 초에 당시 아수나로에서 발간하던 신문인 '요즘 것들'을 접하고 청소년 인권 의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청소년의 섹슈얼리티, 학교 안팎 청소년이 겪는 고충들, 시대착오적인 교칙들과 체벌 등 다양한 담론을 접하면서 이것이 내 현실과 직접 맞닿아있는 문제라고 느껴서 아수나로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넓은 범위의 인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님께서 인권과 관련해 기후 위기 문제를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입시를 하면서 체제가 요구하는 규격화된 삶과 자본주의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많이 느꼈습니다. 내 자신이 ‘자신’답게 존재하지 못하게 만들고 또 약자와 비인간 자연을 착취하며 존속되는 체제가 기후 위기까지 불러왔다는 걸 느꼈습니다. 기후 위기 역시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가닿는 문제이자, 모두의 삶의 터전과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았어요. 그래서 기후 정의 관점의 체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기후 위기 활동을 진행하며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작년 9.23 기후 정의 행진에 참여했을 때 위기를 마주하고 광장에 나온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을 마주했던 게 가장 벅찼습니다.

기후 위기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난관, 혹은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기후 위기 대응에 큰 의지가 없다는 게 느껴져서 힘든 게 있었어요. 사실 환경 문제는 당장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의 삶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인천 영흥도에 석탄화력발전소,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때문에 생태 환경, 주민 건강 모두 위협받고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도 이 삶을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힘든 것 같습니다.

청소년 활동가로서 목소리를 내며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청소년 인권이라는 부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고 이에 대해서 지적해도 내용보다 ‘청소년’ 활동가라는 캐릭터로 소비될 때가 잦아서 답답한 것 같아요.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청소년’이라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정작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인천 지부 활동가로서 갖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을 살아가는 인천지역의 청소년들에게 가닿을 수 있고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기후 위기 문제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만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꾸고 있다. 일상 생활 속 작은 변화를 만들며, 정부와 기업에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활동가들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는지,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김윤영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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