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잠수교 일대에서는 ‘서울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90분 동안 어떤 행동이나 생각 없이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이 대회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총 80개 팀을 선발한 이번 대회에는 2787개 팀이 참가를 신청해 3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도파민 돈다’는 표현처럼 자극적인 재미를 찾아다니는 시대에 한쪽에서는 자극에서 벗어나는 도파민 디톡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를 들 수 있다. 주요 채팅 서비스나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자신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량을 공유하는 ‘스크린 타임’ 챌린지가 등장했다. 휴대폰을 넣어두면 일정 시간 동안 잠금이 설정돼 중간에 열지 못하는 보관 케이스와 같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화와 휴대폰 사용 등을 금지하는 무음(無音) 정책을 고수하는 공간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에 있는 ‘욕망의 북카페’는 이용 시작 전 휴대폰을 반납하는 콘셉트로 유명해졌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도 사용 금지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카페 ‘침묵’은 대화 금지를 넘어 ‘무소음의 공간’을 지향한다. 카페 이용 안내서에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달라’는 문구와 ‘주문, 계산을 제외하고는 귓속말을 포함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당부 사항이 적혀 있다. 이런 공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이색 ‘힐링 공간’으로 주목받으면서 일부 매장은 대기가 필요한 정도다.
독서에 관심이 높아지는 점도 도파민 디톡스 현상을 뒷받침한다. 최근 들어 독서는 Z세대 사이에서 ‘힙한문화’로 통한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은 Z세대 사이에 ‘책 전도사’로 꼽힌다. 대기실에서 틈틈이 책을 읽고 필사하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출국 길 공항에 책을 들고 나타나 ‘공항 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틱톡에서 해시태그(#) ‘북톡(booktok)’을 검색하면 수십만 건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도 약 600만 건에 이른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서울시에서는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에서 ‘서울야외도서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도 디지털 디톡스를 주제로 한 콘텐츠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부터 T팩토리에서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전시를 즐기는 도파민 디톡스 전시를 선보였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저용량 요금제를 제공하는 알뜰폰 통신사도 있다.
‘아침에 30분 핸드폰 보지 않기’ ‘쇼핑몰 알람 설정 꺼두기’ ‘하루에 책 한 장씩 읽기’ 등 의도적으로 자극을 멀리하고 아날로그 라이프와의 균형을 찾으려는 소소한 노하우가 공유되는 요즘이다. 당신의 디지털라이프는 어떤가. 즐거움도 좋지만, 과도한 쾌락 추구를 경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최지혜 트렌드코리아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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