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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사태 분수령' 가처분 소송의 3가지 법리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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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5월 21일 11: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한 달간 날선 공방과 폭로전을 이어온 어도어와 하이브의 분쟁이 이제 재판부 판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양측은 지난 17일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였는데 법리적 쟁점이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법리적 쟁점 ①주주간계약으로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을까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본인 해임 안건에 대해 하이브 측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민 대표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은 그 근거가 될 피보전 권리(가처분 신청으로 보전받으려는 권리)가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주주간계약 제2조 1항에선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설립일인 2021년 11월 2일부터 5년간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 주주총회에서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민 대표 측은 이 조항이 하이브의 의결권을 구속할 수 있는 약정이라고 보고 있다.

하이브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이 조항에 달린 단서 조항을 들어 반박했다. 해당 조항엔 '민 대표가 정관·법령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는 등 상법상 이사 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단서가 붙어있는데 경영권 찬탈 의혹을 들어 현재 상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전제가 있는 한 이 조항이 채권자에 대해 절대적인 임기를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주주간계약에 앞서 상법과 민법을 통해 얼마든지 이사 해임이 가능하다는 논지도 폈다. 상법 제385조에 따라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 해임이 가능하고 주주권의 핵심인 의결권 행사를 가처분 형태로 사전 억지하는 게 함부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689조를 인용해 "주주의 이사해임권과 단행적 가처분(본안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권리와 법률관계를 형성) 관련 법리에 비춰보면 더 나아갈 필요 없이 기각됨이 마땅하다"고도 말했다.

결국 이번 가처분 소송은 민 대표의 재직기간을 다룬 주주간계약 조항이 상법상 주주의 의결권보다 우선해 민 대표의 지위를 강하게 보장해줄 조항이 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재판부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봤다. 지위 보장 특약이 있다 하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언제든 해임이 가능하다는 하이브 측 서면 진술에 착안해 질의했다.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하이브 측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속계약의 효력에 관한 판례가 아직 없는데 어떤 근거가 있어서 이렇게 쓴 거냐"며 "민 대표와 하이브가 의결권을 제한하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 물었다.

하이브 측은 이에 대해 "통설에 따르면 주주간계약이 있든 없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부분이다. 아시다시피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어 문헌을 인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법리적 쟁점 ②부존재 증명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심문에선 '증명책임'에 대한 공방도 펼쳐졌다. 피보전 권리를 어느 쪽이 소명해야 하느냐의 다툼이었다.

하이브는 "단행적 가처분에 있어선 보다 높은 '고도의 보전 필요성'이 요구된다는 게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인데 세종 측 논리만으로는 이 피보전 권리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주간계약에 명시된 재직기간만으로는 피보전 권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이브가 피보전 권리의 입증 필요성을 민 대표 측에 제기하자 재판부도 이를 파고들었다. 김 부장판사는 하이브 측에 민 대표가 해임 방어를 위해 스스로 아무 잘못을 안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느냐 질의했다.

하이브 측은 "부존재 증명이라는 게 통상 존재 증명보다 힘들긴 하지만 피보전 권리를 성의있게 소명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부존재 증명의 부담은 채권자(민희진)에게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가처분 소송을 민 대표가 제기했으니 의결권을 제한하려면 문제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직접 가져오라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민 대표 측에선 '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배임을 했다고 주장하는 쪽에 입증의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지를 폈다. 법률적으로 부작위에 대한 증명, 즉 배임을 하지 않았다는 증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받아들여져 왔다는 주장이다.
법리적 쟁점 ③해임과 계약위반을 가처분에서도 다툴 수 있나
분쟁의 시발점이 된 건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이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 탈취 준비 과정에서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를 앞세웠고 전속계약 해지와 권리침해 소송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심문에서도 "민 대표가 하이브와 계열사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비위행위, 위법행위, 선관주의 의무 등의 행위를 하면서 주주간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언급했다. 부대표와의 메시지 내용들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유로 무속경영과 성인지 감수성 문제도 지적했다.

민 대표 측은 상법상 이사해임 사유에 해당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했다. 오히려 대표이사로서 선관주의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이브에 문제제기한 이메일은 대표이사로서 뉴진스의 권리 침해를 막고 시정하기 위한 이사로서의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경영권 탈취 정황으로 포착된 메시지 내용도 "배임은 예비죄가 없다. 예비죄 자체도 어떤 실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준비 행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가 해임이 될 만한 상법상 위반을 했다고 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해임이 적법하려면 어도어에 대한 배임이 인정돼야 하는데 아직 하이브가 제기한 형사상 배임죄 판결이 나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 판결을 앞두고 가처분 인용 판단을 내리기는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 측은 해임사유 유무와 계약위반 여부는 엄격한 증명 책임 하에 본안(손해배상) 소송에서 다투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로선 이번 가처분을 넘겨야 민 대표를 사내이사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키고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이 경우 민 대표는 해임을 되돌리기 위한 민사 소송을 제기해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의 경우 일반적인 가처분과 달리 단순히 집행 보존에 그치지 않아 위력이 크다. 더욱이 주주간계약을 소재로 한 가처분 소송은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향후 나올 소송의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가처분 결과는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31일 전 나올 전망이다. 기각 시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임시 주총에서 사내·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다. 이 경우 민 대표는 해임 후 잔여기간 보수를 받기 위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인용될 경우 민 대표는 향후 민·형사상 재판에서 승기를 잡게 된다. 하이브는 가처분 결과에 불복해 항고심을 받거나 새로운 증거를 가져와 임시주총을 다시 소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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