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대가 등록금을 최대 20% 올리기 위해 내부 협의에 나섰다고 한다. 교육의 질 저하라는 일본 대학들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도쿄대가 등록금 인상에 나선 것은 재정 확충을 통해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을 충실화해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영국에서 발표하는 세계 대학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일본 대학은 도쿄대(29위), 교토대(55위) 단 두 곳뿐이다. 중국의 칭화대(12위), 베이징대(14위)와 싱가포르국립대(19위)도 도쿄대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과학성은 국립대의 등록금 표준액을 53만5800엔(약 466만원)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20%까지 인상할 수 있다. 도쿄대는 이를 64만2960엔(약 56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의 국립대 등록금 표준액은 2005년 이후 제자리다. 최근엔 국립대 등록금을 현재의 3배인 150만엔(약 1305만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일본 중앙교육심의회 위원을 맡고 있는 이토 고헤이 게이오대 총장은 “교육 수준을 높여 고도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 외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우리 대학의 현실은 어떤가. 2009년부터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대학이 재정난에 신음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물가라도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한국은 물가가 132% 치솟는 중에도 대학 등록금만은 꽁꽁 묶였다. 말이 정부의 권고 사항이지 사실상 강제 동결이나 다름없다. 정부 예산 사업에 매인 대학들은 미운털이 박힐까 봐 매년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이는 그대로 대학의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졌다. 세계 대학 랭킹 100위 내에 일본보다 많은 3개 대학이 있지만 서울대(62위)를 비롯해 모두 50위 밖이다. 그렇다고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충실한 것도 아니다. 국내총생산 대비 고등교육 예산 비율은 0.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에도 크게 못 미친다. 고가의 엔비디아 칩을 살 형편이 못 돼 인공지능(AI) 연구를 접는다는 대학의 현실을 방치해선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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