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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질주하는 코끼리…인도의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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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이 4조3398억 달러에 이르러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본의 퇴보도 주목을 끌지만, 그 이상으로 급성장하는 인도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연간 7%씩 성장하는 인도 경제는 2027년에는 독일까지 추월하며 미국, 중국에 이어 GDP 기준 세계 3위 국가에 오를 전망이라고 IMF는 덧붙였습니다. 인도 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는데요, 이런 성장 속도를 보면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가 질주하는 느낌이 듭니다.

경제뿐이 아닙니다. 인도는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으려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합니다. 미국은 2021년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출범할 때 일본, 호주와 함께 인도를 가입시키는 등 인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방도 사회주의권도 아닌 제3세계 중심국 정도이던 인도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에게도 인도는 중요한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기술 발전으로 중국과 분업을 통한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어 공장 설립 등 해외투자를 중국 이외 지역으로 돌릴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한국이 수출 5위국으로 도약하려면 인도 등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야 합니다. 인도 경제가 급부상한 요인이 무엇인지, 경제성장 이론에선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인도의 취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봤습니다.
"21세기는 인도의 시간" 전망 많아요
경제개혁, 젊은 노동력에 신냉전 수혜도

인도는 2009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0위 밖이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2014년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이후 경제발전 속도가 가팔라졌어요. 2021년엔 영국을 뛰어넘어 세계 5위가 됐습니다. 모디 총리는 “250년간 통치한 영국을 제쳤다”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물론 인도의 1인당 GDP는 아직 2600달러대로, 세계 140위권입니다. 니카라과, 코트디부아르 수준이죠.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2028년 인도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의 3~4% 성장률을 크게 웃돌면서 1인당 소득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A플러스 경제 성적표

인도의 수출액도 최근 5년간 연평균 9%씩 늘어왔어요. 이런 성적표를 보고 세계 각지에서 인도로 투자가 몰리는 겁니다. 인도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0년 전 360억 달러에서 작년 70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인도 증권시장도 뜨겁습니다. 인도 증시 시가총액은 작년 4조 달러대를 돌파하며 홍콩을 제치고 세계 5위 증시가 됐어요. 기업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신생기업을 뜻하는 유니콘기업도 인도에 84개가 있는데, 이는 세계 3위에 해당합니다. 작년 8월엔 인도 우주선 찬드라얀 3호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해 인도 우주산업의 존재감을 알렸죠.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예산과 인력이 모자라 로켓 전용 운반 차량 대신 소달구지로 통신위성을 옮기던 우주 변방 인도가 일종의 퀀텀 점프(비약적 발전)를 한 겁니다.

선진 경제 향한 강력한 의지

인도는 1947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요소를 섞은 ‘혼합경제(mixed economy)’ 실험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의 붕괴 여파로 1991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게 됩니다. 이때부터 인도는 경제 대외 개방에 나서고 자유화 조치를 단행하는 등 시장경제체계로 본격적으로 전환합니다. 인도 경제가 급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에 집권한 모디 정부가 경제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한 때부터입니다. 독립 100주년인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리겠다는 의지로 추진한 거죠. 제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전통적으로 인도는 서비스업 비중이 큰데요, 제조업 기반으로 경제 시스템을 바꿔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2022년까지 제조업 비중을 25%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18% 수준까지 높였습니다.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 생산능력을 글로벌 상위권으로 만들어놨습니다. 2019년부터는 자국 기업의 법인세율을 30%에서 22%로, 신규 기업 법인세율은 15%까지 낮추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게 ‘탈중국’으로 표현되는 미국 주도의 세계 공급망 재편의 영향을 받으며 인도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크게 늘렸습니다. 그래서 인도를 ‘신냉전의 최대 수혜국’이라 평하기도 합니다.

노동력·소비의 원천, 세계 1위 인구

인도의 잠재력과 경쟁력은 인구로부터 나옵니다. 작년에 인구 14억2800만 명으로 중국(14억2500만 명)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올랐죠. 중국 인구는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인도의 인구는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인적자본이 중요한 시대가 됐고, 인구가 늘면 생산가능인구도 증가해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집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생산가능인구의 18.6%(9억6000만 명)가 인도에 몰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인구가 많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도의 중위연령(인구 분포상 한가운데 연령)은 28세로 중국(42.7세), 미국(39.7세), 베트남(35.6세)보다 젊습니다. 인도는 ‘젊은 코끼리’, 중국은 ‘늙은 용’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죠. 2030년이면 인도의 2030세대 인구는 4억9000만 명에 달해 중국의 두 배에 이를 전망입니다. 젊은이들이 거대한 노동력과 소비시장의 원천이 되는 겁니다. 인도는 중산층만 4억 명에 육박하는 세계 7위 소비시장이기도 합니다.
NIE 포인트
1. 독립 이후 인도의 정치와 경제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공부해보자.

2.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세계경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3. 절대적인 인구수가 지닌 중요성을 인구경제학 관점에서 알아보자.
인도는 경제성장의 삼박자 고루 갖춘 나라
'계급제 정치', 복잡한 이해 충돌이 약한 고리
1950년대 이후 경제학자들은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는지, 성장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정체에 빠진 나라도 있는 근본 이유가 무엇인지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나라별 소득수준과 성장률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을 연구하면서 경제성장 이론이 경제학의 한 분야로 발전해온 겁니다.

경제성장 이론으로 본 인도

1956년 로버트 솔로는 ‘솔로 성장 모형’에서 자본축적에 주목합니다. 기계와 공장 설비 같은 자본을 많이 축적한 나라일수록 잘산다는 주장이었죠. 그러려면 국민이 안 쓰고 저축을 늘려 자본축적에 힘써야 합니다. 1986년엔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내생적 성장 모형’을 제시하며, 인적자본과 지식을 많이 축적한 나라일수록 부유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하면 기술이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지식과 인적자본은 다른 기업이나 다음 세대에 전파되는 ‘외부성’을 특징으로 갖는다고 봤습니다.

주목할 만한 연구는 1990년 폴 로머가 기업의 적극적 연구개발(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신성장 이론’ 입니다. 이전의 내생적 성장 모형에선 기술 진보를 외부성이 의도하지 않게 만들어낸 부산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시각을 달리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술 진보가 이뤄진다고 주장합니다. 또 기존 성장 이론은 한계생산성이 감소하면 경제성장이 멈출 수밖에 없는 문제에 봉착했는데, 신성장 이론은 기업의 R&D 투자가 기술 진보를 가져오고 생산성을 다시 높인다고 짚었습니다.

경제성장의 3대 원천은 이처럼 물적자본과 인적자본,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는 1991년 경제 개방으로 물적자본 축적의 토대를 쌓았고, 2014년 모디 정부의 개혁을 통해 기업 연구개발과 투자 활성화를 유도했습니다. 여기에 고급 기술 인력 양성 등 인적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경제성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춰왔습니다.

‘CEO 수출국’ 된 HR 강국

이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인도의 인적자원(Human Resources, HR)입니다. 인도는 엄청난 교육열과 이공계 고등교육으로 유명한 나라인데요, 7개 캠퍼스를 가진 인도공과대학교(IIT)에 들어가기가 미국 MIT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교육을 통해 카스트라는 신분제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영어 통용국이란 강점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인도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곳이 80%에 이릅니다. 말이 잘 통하기 때문이죠.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도 인도계가 즐비합니다.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 순다르 피차이(구글), 아르빈드 크리슈나(IBM), 샨타누 나라옌(어도비), 파라그 아그라왈(옛 트위터)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을 포함해 글로벌 500대 기업 CEO 중 인도계가 50명을 넘습니다. 인도계 CEO는 인도의 대표적 수출품이란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영어 구사 능력에 백인 주류사회와 적극 소통하려는 자세, 미국에 정착하려는 욕구가 이런 성공을 낳고 있습니다. 또 미국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의 3분의 1, 실리콘밸리 기술 인력의 40%가 인도계라고 합니다. 이들은 유대인처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서로 돕습니다.

민주적 의사결정이 효율성 낮추기도

물론 인도에도 취약점은 있습니다. 정치세력들이 카스트라는 신분제 관습에 편승하고 있어 근본적인 사회개혁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카스트에 속한 정치인에게 몰표를 주는 현상이 1990년대부터 나타났는데요, 이는 공통의 국익을 위한 결정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 권력이 분산돼 있고 절차적 민주주의가 매우 발달한 것도 한편으론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양한 종족과 언어, 종교에서 비롯하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려는 민주적 시스템 때문에 되는 사업도 없고, 사업 진척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죠.
NIE 포인트
1. 경제성장론의 최근 연구 동향에 대해 공부해보자.

2. 인도계 네트워크가 얼마나 강한지 사례를 찾아보자.

3. 미국과 러시아, 중국 사이에서 인도가 어떤 외교정책을 펴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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