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6일 15: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아워홈 분쟁의 키를 쥔 장녀 구미현 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마지막 반격 카드를 꺼냈다. 회사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미현 씨의 지분을 사주겠다는 방안이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미현 씨의 연대에 끊어버리고 다시 경영권을 쥐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구 전 부회장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뭍밑에서 접촉하며 제 3자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지은 부회장, '자사주 매입' 카드로 반격 모색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 부회장 측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아워홈 임시 주주총회에 자사주 매입 안건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아워홈의 배당 가능 이익인 5331억원을 활용해 1년 내에 1401만9520주(전체 지분의 61%) 한도 내에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내용이다. 매입 목적과 타깃이 안건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구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회사가 미현 씨의 지분을 자사주로 사들이면 해당 지분(19.28%)의 의결권이 사라진다.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를 가진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구 부회장(20.67%)과 차녀 구명진 씨(19.6%)의 지분율 합계가 구 전 부회장을 앞서게 돼 다시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다. 자사주 매입 목표를 전체의 61%로 설정한 건 주주를 특정하지 않고 매도를 희망하는 주주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워홈은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1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과 뜻을 함께 하던 미현 씨가 돌연 구 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서면서 구 부회장은 경영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구 전 부회장(지분율 38.56%)은 미현 씨(19.28%)와 합심해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가로막았다. 다만 구 부회장 등 기존 경영진은 재선임이 불발됐지만 임기인 오는 6월까지 회사의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이사회 구성시 자본금 10억 이상 법인의 경우 이사를 셋 이상 둬야하지만 지난 주총에선 미현 씨와 남편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 두 명만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다.
IB 업계에선 구 부회장이 자신의 임기 막바지에 미현 씨를 끌어들일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오는 31일 주총에 장남인 구재모 씨와 그의 측근 황광일 전 아워홈 중국남경법인장을 사내이사로, 자신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미현 씨가 반대의사를 내 이사회 진입에 실패하면 이사회 구성 요건이 미비돼 구 부회장 등 현재 이사회가 임기(오는 6월)까지 의사결정권을 쥐게 된다.
이 경우 구 부회장은 현금화를 원하는 미현 씨 지분을 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일 수 있다. 현행 법상 주총을 통해서 자사주 매입 계획과 한도를 정할 수 있지만 주당 매입가 등 세부사항은 이사회를 통해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당가능이익(5331억원)을 가능한 전체 주식(1401만주)로 단순히 나누면 주당 3만8000원 수준으로 전체 기업가치는 8700억원에 불과하지만, 미현 씨(440만주)만 자사주 매입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주당 가격도 12만1159원 수준까지 세 배 이상 대폭 늘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기업가치도 2조7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상승한다.
IB업계 관계자는 "구 전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기 때문에 구 부회장이 형식상으론 모든 주주들에게 같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으론 안분비례 방식으로 미현 씨의 지분만 높은 가격에 사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우선 구 전 부회장 측은 지분의 시가보다 과도한 대금을 들여 특정 주주의 지분을 매입하는 행위가 이사회의 '배임'인 점을 들어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 문제도 있다. 특수관계인의 거래인 만큼 회사가 미현 씨의 지분을 시가보다 프리미엄을 더 얹어 사들이면 대주주 양도세뿐 아니라 배당소득세가 추가로 붙는다. 아워홈이 비상장사인만큼 회사의 시가는 상증세법상 평가에 따라 책정될 전망이다. 미현 씨 입장에선 자사주 매입에 참여하는 것보다 제3자에게 지분을 파는 게 세금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장남은 PEF 접촉 늘려...경영권 매각 공식화
구 전 부회장 측도 글로벌 PEF와 접촉을 늘려가며 경영권 매각을 위한 속도를 더 내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우선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가져온 뒤 지분 매각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권을 되찾더라도, 직접 경영에 참여할 의지는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자신은 이사회에서 빠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구 전 부회장 측 인사 두 명과 미현 씨 측 인사 두 명으로 아워홈 이사회를 구성해 균형을 맞춘 뒤 미현 씨의 동의를 얻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게 구 전 부회장의 계획이다.
구 전 부회장은 대형 PEF 운용사 등을 적극적으로 만나면서 물밑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아워홈이 국내 2위 단체급식업체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온만큼 국내외 PEF 운용사를 비롯해 국내 식품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차준호/박종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