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5월15일) 내린 비의 여파로 16일 쌀쌀한 날씨가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올여름 무더위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이 약해진 건 아니다. 이미 이달 들어 한낮 최고기온이 29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가 나타난데다 태국 등 해외에서는 ‘살인 폭염’ 소식까지 들려와 소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등 일선 매장에서는 냉방 가전제품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불볕더위에 시달린 소비자들이 일찌감치 에어컨 구입에 나선 모습이다.
16일 양대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와 전자랜드에서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에어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해당 기간 전자랜드에서는 에어컨 판매수량이 15% 늘었고,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에어컨 매출이 15%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소형 냉방가전 수요도 두드러진 흐름을 보였다. 선풍기 매출이 약 50% 뛰었고, 서큘레이터 매출은 30% 늘어났다.
고물가 시대 소비 위축 속에서도 무더위를 겁낸 소비자들이 냉방 가전에 지갑을 여는 모습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포착됐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에서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냉방가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에어컨 매출은 35% 늘었고, 선풍기는 40% 뛴 것으로 집계됐다.
한발 앞서 더위를 대비하는 고객이 늘자 기업들은 할인 및 증정행사에 돌입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쿨링 가전 페스타’를 연다. 브랜드별 인기 투인원(2in1) 에어컨 행사상품 구매 시 최대 20만원 롯데모바일상품권을 제공하거나 자체브랜드(PB) 선풍기를 증정한다. 이마트도 오는 17일부터 여름 가전 행사를 열고 모객에 나선다. 서큘레이터, 이동식 에어컨 등 총 30여 종의 여름 가전을 최대 30% 할인 판매하고, 대량 매입한 기획 특가 선풍기를 선보인다.
정찬호 이마트 계절가전 바이어는 “봄에도 예상치 못한 더위가 자주 찾아와서인지 선풍기나 에어컨을 찾는 고객들이 벌써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업체들은 성수기를 앞두고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에어컨 신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물량 생산과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삼성전자는 국내 누적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한 무풍에어컨 생산라인 풀가동에 들어갔다. LG전자는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을 출시하고, SM 아티스트 그룹 샤이니(SHINee) 한정판을 선보이는 등 마케팅에 나섰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