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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보다 중요한 이별…해고에도 절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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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디에어(in the air)에서 라이언 빙헴은 해고대행 컨설팅 회사에서 해고전문가로 일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회사를 대신하여 근로자에게 해고통지를 하고, 해고사유를 설명하고 해고대상자의 다양한 반응에 대응한다. 원칙적으로 해고가 자유로운(at will termination) 국가지만 해고통보를 하고, 그 순간에 상대방의 반응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상정 가능한 직업인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해고에 ‘정당한 이유’라는 엄격한 제한이 따르고, 징계 등과 같은 전조현상이 있어 예견도 가능하며 거의 대부분 어떤 이유로 해고가 되는지 알기 때문에 해고통지를 하는 일이 어렵거나 부담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이해되고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보통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될 만한 일인지 조사하고 판단하는 데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게 되는데, 정당한 이유 이후에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될 몇 가지 절차적 쟁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고통지에 신경써야 할 것들이 있는데 서면통지, 해고사유 적시, 해고예고 및 해고예고수당 지급이 그것이다.

◆해고의 서면통지
먼저 해고의 서면통지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르면 해고를 할 때에는(해고만 해당하고 다른 징계는 해당하지 않음)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즉 종이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써서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용자가 해고 여부를 더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사유를 명확히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되고 근로자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되나, 회사의 업무 대부분이 이메일이나 전자문서로 돌아가는 현실과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판례는 이메일(e-mail)의 형식과 작성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의 해고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한다고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유효하다고 본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401 판결).

◆해고사유 적시
다음으로, 해고사유 적시이다. 해고사유를 적시할 때 여전히 취업규칙 조항만 단순히 열거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절차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고사유는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떤 이유로 해고가 되는지 알 수 있도록 가급적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판례는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으나(대법원 2015. 7. 9. 선고 2014다76434 판결), 굳이 위험한 길을 갈 이유는 없다.

규정만 간단히 기재하는 회사의 양식이 업무 관행으로 자리잡아 개선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개선이 필요하다.

◆해고예고수당
마지막으로 해고시기와 관련하여 특히 주의할 점이 있다. 해고시기를 기재하는 것에 특별히 이슈가 있지는 않지만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시기와 관련하여 문제된다(참고로 해고예고수당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르면 해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 30일분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르면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퇴직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모든 금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금품 청산을 하여야 하고(특별한 사정 + 당사자 합의로 연장 가능),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에 따르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에 해고예고를 하지 않고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14일 내 퇴직금 지급 및 금품청산을 하는 김에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판례는 해고예고수당은 해고예고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어도 해고의 효력발생 시기 이전에는 지급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한 점, 해고예고 및 해고예고수당의 입법취지가 근로자는 다른 직장을 얻을 때까지 생활의 위협을 받게 되므로 적어도 다른 직장을 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부여하거나 그 기간 동안의 생계비를 보장하여 근로자의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시켜주고자 하는 취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해고예고수당은 사용자의 해고 의사표시에 나타나는 근로관계의 사실상의 종료시점(=해고통지에 표시된 해고일자)까지는 지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4. 5. 선고 2012노4002 판결,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4557 판결). 그렇지 않다면 해고 후 14일 동안 해고예고 의무 또는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를 모두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위와 같은 결론이 타당하다고 설명된다.

민사적으로는 결과적으로 지급을 하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해고예고수당을 지급시기에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제110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위 판례도 형사사건으로 해고일자까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 유죄로 인정된 사안이다.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법리에 따라 즉시해고를 하는 경우에는 그 시점에, 장래시점으로 해고시기를 특정하는 경우에는 전날 자정까지는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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