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서 2021년 ‘밈 주식’ 열풍을 일으켰던 게임스톱 주가가 하루 만에 70% 넘게 폭등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러쉬를 주도했던 한 투자자가 SNS에서 3년만에 활동을 재개한 여파다.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74.4% 급등한 30.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한때 38.2달러까지 올라 상승률이 119%에 이르기도 했다. 게임스톱은 2021년 1월 월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에 불만을 품은 개인들이 집중 매수해 주가가 폭등했던 종목이다. 당시 주가가 86.88달러까지 상승했던 게임스톱은 주가 급락과 함께 차차 잊혀졌다. 지난달 주가는 1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주가가 급등한 것은 X(옛 트위터) 계정 ‘로어링 키티’에 12일 밤 올라온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로어링 키티는 2021년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게임스톱 매수 운동을 펼친 키스 질의 계정이다. 그는 로어링 키티 계정에 편한 자세로 기대어 게임을 하던 남성이 돌연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집중해 앞을 보는 이미지를 게시했다. 첫 게시물 이후에도 ‘앞으로 바쁜 몇주가 될 거야, 형제여’란 드라마 대사 등이 담긴 동영상 게시물을 별다른 설명 없이 연이어 올렸다.
2021년 6월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올라온 게시물에 레딧 주식토론방에 다수의 글이 올라왔고, 게임스톱과 영화관 체인 AMC 엔테테인먼트 등 3년 전 급등했던 주식에 다시 매수세가 몰렸다. 이날 AMC 엔터테인먼트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78.4% 급등한 5.19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최대 상승률은 102%에 달했다.
게임스톱은 비디오 게임 오프라인 유통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며 2020년 연말 주가가 4.71달러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이 돌연 게임스톱을 집중 매수, 이듬해 1월 주가를 86.88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주가 폭등 때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기관 투자가들은 놔두고 개인 들의 거래만 제한한 탓에 이용자들에게 소송을 당하고 미 하원 청문회에 소환되기도 했다.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공매도 했던 헤지펀드 멜빈캐피털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이듬해 문을 닫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