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기획사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싸움에 뉴진스까지 거론되며 아티스트 보호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3일 일간스포츠는 어도어가 '뉴진스 부모들이 건의한 내용을 정리해 하이브에 보낸 이메일'이라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뉴진스의 부모들은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에서 데뷔한 걸그룹이 뉴진스와 콘셉트, 스타일링, 안무 등에 있어 많은 유사점, 논란이 발생한 것에 우려를 드러냈다.
메일에는 "자의적으로 유사 기획을 추진한 하이브, 빌리프랩에 어떤 의도였는지 확인을 요청드리는 바"라며 "뿐만 아니라 뉴진스와의 유사성을 교묘하게 비교시키는 방식으로 신인팀을 마케팅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적혔다.
뉴진스의 부모들은 "빌리프랩, 하이브에서는 뉴진스와 각 멤버들의 브랜드 가치를 보호할 생각이 없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외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무시당한 것이 무안해 엘리베이터 안에서 멍하게 서 있었다거나, 못 본 척하는 느낌을 감지했다거나, 일부러 피해 가는 느낌을 받았던 멤버 등 한 두번이 아닌 사례들을 듣고 나니 부모로서 이 유치하고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놀랐고 아이들에게 차마 해 줄 말이 없어 난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하이브는 즉각 반박했다. 일방적 주장일 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하이브가 해당 메일을 받은 건 지난 4월 3일. 하이브는 "4월 16일 표절이 아니라는 회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도어 사태의 시작이 '인사를 받지 않는 등 홀대에서 비롯됐다'는 내용도 일방적인 주장이며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당사는 민 대표가 본인의 욕심을 위해 자신의 싸움에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가족들까지 끌어들이는 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하이브를 공격하는 메일을 보내자는 것 자체가 경영권 탈취 및 사익 추구를 위한 계획의 하나로 시작된 점 ▲민 대표가 본인이 문제제기하면 주주간계약 위반이 되니 부모님을 앞세우자고 이야기 한 점 ▲부모님이 보내왔다는 이메일 자체가 부모님이 아닌 L 부대표와 민 대표가 작성한 점 등을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면서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에 증거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익 추구를 위해 아티스트들을 방패로 삼고, 부모님마저 앞세우는 민희진 대표의 행태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여론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아티스트 가치 보호를 위해 자중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뉴진스의 한 멤버 부모 A씨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메일을 보낸 건 자신들이 시작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런 단어를 써도 되는지, 그런 걸 잘 모르니깐, 메일 보내고 싶은 거 민희진 대표님에게 부탁해서 봐주신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던 날, 세 명의 부모가 하이브를 찾아간 자리에서 방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자 "방 의장이 안면인식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6월 뉴진스의 도쿄돔 일정이 끝나면 긴 휴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래미에서 상 받은 프로듀서를 섭외하는 데 1년 반 정도 걸린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이에 뉴진스 부모들은 긴 휴가가 1년 반의 시간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민 대표와 함께하는 뉴진스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 측 관계자는 "긴 휴가가 뉴진스의 활동을 중단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티스트와 부모들이 지속해서 언급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뉴진스는 오는 24일 컴백을 앞두고 있다. 아티스트 활동을 차질 없이 이어간다는 데에는 양측의 의견이 동일해 프로모션부터 신곡 '버블 검(Bubble gum)' 뮤직비디오 공개까지 진행된 바다. 그 와중에 뉴진스와 그의 부모들까지 격화한 갈등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되면서 하이브와 어도어가 서로를 향해 아티스트를 보호하라고 촉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혹을 시작으로 하이브 레이블 간 표절 의혹, 사이비 연루 의혹, 뉴진스 홀대 논란 등 각종 장외전이 펼쳐지며 피로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양측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뉴진스의 이미지도 적잖이 소비된 상황. 뉴진스가 K팝 그룹 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그리고 있던 팀임을 감안하면 데뷔 3년차인 이들에게 지금은 더없이 중요한 때다. 민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표명한 뉴진스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