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사업 다각화 부진, 끝나지 않는 경영권 분쟁까지…. 안마의자 국내 1위 자리를 세라젬에 내준 바디프랜드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재도전이었던 2019년 유가증권시장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직후 이 회사는 "회사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 체질개선 등 부족했던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최대주주인 두 사모펀드간 경영권 분쟁은 이어졌고 창업주 조경희 전 회장의 사위인 강웅철 이사는 지난해 회사가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도 배당금 126억원과 보수 42억원(퇴직금 39억원 포함)을 받았다.
경영권 분쟁 '진흙탕 싸움'…검찰 '압수수색'까지
이사회 의장이었던 강 이사는 지난해 3월 말 사임했다. 당시 사임에 대해 바디프랜드측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임하면서 퇴직금으로 39억원을 받았는데 올 3월 주주총회서 그는 재선임됐다. 현재 강 이사는 횡령과 배임,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1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측은 "강 전 이사회 의장은 바디프랜드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하지만 강 이사는 바디프랜드 '3중고'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가 2019년 당시 바디프랜드의 IPO 신청에 대해 '미승인'을 내렸을 때도 시장에선 오너리스크와 경영 불투명성을 원인으로 봤었다. 한국거래소가 미승인 사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당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바디프랜드측은 추정하고 있다. 이 시기에 바디프랜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광고가 허위광고라는 내용으로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강 이사가 사임 후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고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부 측근들이 강 이사의 회사 복귀를 추진했었다. 하지만 기관투자자(LP)들의 반대로 복귀하지 못했다. 바디프랜드측은 "본인이 고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인이 고사한 지 3개월여 만인 올해 3월 강 이사는 다시 이사로 선임됐다.
최대주주간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2년 스톤브릿지와 한앤브라더스가 공동업무집행사원(GP)으로 사모집합투자기구 비에프하트를 설립해 바디프랜드의 지분 46.3%를 VIG파트너스로부터 인수한 바 있다. 이후 스톤브릿지는 김지훈 대표를, 한앤브라더스는 허명지 대표를 바디프랜드 이사회 내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리며 경영에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해 초 김 대표 등 스톤브릿지측이 허 대표의 배임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고소하면서 1차 분쟁이 시작됐다. 그 이후 공동 경영권이 박탈된 한앤브라더스측은 무효 처분 소송을 걸었고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협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나면서 한앤브라더스가 이사회 재진입을 시도했다. 그러자 바디프랜드와 스톤브릿지가 이의를 신청하면서 검찰이 재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강 이사와 한앤브라더스 측이 서로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맞고소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지난달 바디프랜드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강 이사에 우호적인 스톤브릿지측이 강 이사의 복귀를 도왔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최대주주인 한앤브라더스는 강 이사의 복귀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바디프랜드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지난해 4월 경영권을 박탈당한 상태다.
사업 부진한데도 현금배당 '두둑'
무엇보다 회사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는 매출 4196억원, 영업이익 167억원, 당기순손실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22.8% 줄었고 영업이익은 63.4% 급감했다.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그럼에도 바디프랜드는 주당 410원씩 현금배당했다. 배당을 주는 재원인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했는데 배당금을 준 것 자체가 이 회사로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측은 "배당은 스톤브릿지가 지분 인수를 위해 발생시킨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강 이사는 총 3085만9552주(38.77%)를 보유한 2대주주로 지난해 총 126억여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2022년에도 강 이사는 주당 421원씩 총 129억여원을 배당받았다. 그 해에 바디프랜드 영업이익은 457억원으로 전년(882억원)보다 48.2% 급감했고 배당금 재원인 순이익도 578억원에서 388억원으로 32.9% 줄었다. 그는 2021년엔 주당 189원씩 58억여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실적이 악화된 지난 3년 동안 배당금으로만 314억원가량을 챙긴 것이다.
안마의자 업계 관계자는 "바디프랜드는 2020년부터 세라젬에 국내 안마의자 1위 자리를 내준 뒤 계속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며 "매트리스, 정수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도 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바디프랜드의 매출 비중은 안마의자, 소형안마기 등 헬스케어 부문이 지난해 기준 85.9%를 차지한다. 라클라우드 브랜드 매출은 11.0%, 정수기 등은 3.1%에 불과하다. 라클라우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2.8% 줄었고 정수기는 내수 매출이 252억원에서 113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정수기 수출도 2022년 32억원 수준으로 미미했는데 지난해엔 17억원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바디프랜드측은 "올해 1분기엔 매출 1207억원, 영업이익 164억원으로 전년보다 24%, 151% 증가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