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작품만 팔렸다.’
닷새간 일정을 마치고 12일 부산 벡스코에서 막을 내린 ‘아트부산 2024’가 받고 있는 평가다. 이배와 하종현 등 주요 작가의 작품만 팔려 나가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은 외면당하면서다. 아트부산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 장터다. 올해는 20개국에서 192개 화랑이 참여했다.
아트부산을 향한 관심은 첫날부터 호불호가 갈렸다. 국제갤러리와 조현화랑, 가나아트 등 대형 갤러리엔 손님이 몰렸다. 국제갤러리는 하종현 작품을 26만8000달러(약 3억6800만원)에 팔았다. 이희준 작품 세 점, 장 미셸 오토니엘 작품 두 점 등도 첫날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조현화랑이 가지고 나온 이배 작품은 오픈 1시간 만에 모두 구매 예약이 걸렸다. 7700달러(약 1100만원)짜리 김종학 작품은 예약 순번이 3번까지 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개막 2~3시간 만에 상당수 관람객이 전시회장을 빠져나가며 활력을 잃었다. 관람객이 한 명도 없는 부스마저 있었다. 화랑업계 관계자는 “유명하지 않은 해외 작가 작품이 평소보다 더 많이 고전했다”며 “미술계 불황에 투자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아트부산의 위세가 이전만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메이저 갤러리 부재가 꼽힌다. 아트페어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대형 화랑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아트부산이 열리는 기간 즈음 국내에선 아트오앤오와 대구아트페어가, 해외에선 대만 타이베이 당다이 아트페어와 미국 TEFAF 뉴욕이 개최됐다. 갤러리바톤, 원앤제이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은 해외 페어로 발길을 돌렸다. 지난해 부스를 낸 갤러리현대도 올해는 자리를 뺐다.
지난달 아트바젤 홍콩 2024가 열린 데다 다음달에는 스위스 아트바젤까지 예정돼 있어 갤러리와 컬렉터에게 모두 부담이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갤러리 대표는 “대형 갤러리들이 빠진 자리를 중소형 갤러리로 채우니 사람이 모이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아트부산 구성이 축소될수록 메이저 갤러리는 계속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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