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34년 만의 기록적 엔저(엔화 약세) 현상에 일본을 찾는 관광객은 대폭 늘어났지만, 일본 항공주는 여행 산업 활황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본 내국인이 먼 지역 대신 가까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항공사의 주 수익원인 장거리 노선 고객이 줄어든 영향이다.
도쿄 증시에서 일본 대형 항공사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주가 흐름은 시장 대표지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닛케이지수가 지난 1년(2023년 5월 12일~2024년 5월 10일)간 30.08% 상승한 반면, ANA는 10일 3002엔에 장을 마치며 같은 기간 1.35% 하락했다. JAL 역시 1년 전(2665엔)과 비슷한 2694엔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3월에만 310만명의 외국인이 찾았을 정도로 올해 관광 지출이 호조세다. 항공사 역시 국제 화물 및 항공편 수요 회복, 외화 매출로 인한 수익 증대가 점쳐진다. 일본항공은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매출이 전년 대비 17% 증가하고 그룹 순이익은 5% 증가한 1000억엔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이익 1000억엔 달성은 2018 회계연도 이후 처음으로 ‘실적회복’을 뜻한다.
엔데믹으로 일본 항공사 주가에 볕이 들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일본 항공사 주가는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엔저 현상이 ‘양날의 검’이 됐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주저하고 있어서다. 다른 국가와 달리 일본은 엔데믹에도 여행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을 떠나 해외로 나간 일본인 여행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 비해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다.
하와이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 중 하나이지만, 올해 하와이를 찾는 일본인 관광객은 2019년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FT는 “하와이 여행 수요는 장거리 항공편 수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라며 “장거리 항공편이 항공사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와이 관광객 감소는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비용 부담도 가중됐다. 항공사는 수입 연료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데, 엔화가 약세이다 보니 비용은 상승하는 추세다.
FT는 “이러한 현상은 항공사 수익과 주가의 완전한 회복이 관광객 반등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능가할 임금 상승, 가계 지출 회복, 엔화 안정 등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