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볼이 큰 편이라 기성품 운동화를 신으면 뛸 때마다 발이 아픈데 편한 신발 없을까요.”
런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같은 질문 글이 올라오자 줄줄이 답변이 달렸다. “홍대로 가세요.”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발볼 큰 러너들 사이에서 뉴발란스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뉴발란스에선 발볼 크기가 다양한 러너들을 위해 멀티위드스(다양한 발볼 사이즈)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D, 2E, 4E 등 일반적인 수준보다 많은 발볼 사이즈의 러닝화가 나오는데, 발볼이 넓은 형태인 동양인 발에 잘 맞는다는 게 러너들의 인식이다. 특히 뉴발란스의 홍대와 강남 매장을 가면 전문기기를 활용해 정교하게 발 측정을 해준다. 트레드밀과 스트라이드 아이디(STRIDE I.D.) 기기를 활용해 발 형태는 물론 발바닥 아치의 정도까지 3D로 확인한 후 신발을 추천받을 수 있다.
러너들에 발 큐레이팅 제공하는 뉴발란스
이같은 한국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 덕에 뉴발란스는 러닝화 시장에서 이른바 ‘대박’이 났다. 뉴발란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업체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러닝화를 포함한 퍼포먼스 상품군(PF화)에서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6%가 뛰었다. 이랜드에서 독점 라이선스권을 확보한 2008년 매출과 비교하면 60배 상승했다. 러닝화 등의 수요에 힘입어 뉴발란스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 판매 기준으로 아이다스 매출을 제치면서 나이키에 이어 국내 스포츠브랜드 2위에 올랐다는 게 이랜드 측의 설명이다.
이 브랜드에 따르면 860·1260 등 ‘X60’ 시리즈나 봉고’ 러닝화 등이 평발을 가진 러너들에게 인기다. 내측 경도가 높아 발목이 안쪽으로 휘는 현상을 방지해주기 때문이다. 880·1080 등 ‘X80’ 시리즈는 오목발을 가진 러너들이 주로 찾는데, 발 전체에 고른 쿠션감을 줘 안정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발목이 바깥쪽으로 휘지 않도록 돕는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신는 대중적인 러닝화가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은 아니”라며 “러닝화 구매에 앞서 자신의 발을 먼저 파악하고 자신의 불균형한 발을 보완할 수 있는 러닝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1조 규모로 커진 러닝화 시장
이처럼 국내 러닝화 시장이 커지면서 화려한 외형의 기능성 운동화보다는 일상에서 신을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들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최근 취미로 마라톤에 참여하는 러너들부터 직장인 러닝 동호회 등 달리기 인구가 늘어나면서다. 그간 시장을 주도했던 나이키와 아디디스의 양강 체제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패션업계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등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 규모는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러닝화 규모는 1조원을 넘겼다. 일상용 러닝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편하고 평소에도 자주 신을 수 있는 러닝화를 찾는 이가 늘었다. 프랑스 러닝화 브랜드 ‘호카', 스위스 브랜드 '온러닝', 미국 브랜드 '브룩스' 등도 인기가 많다. 아웃솔에 구멍이 뚫린 디자인이 특징인 온러닝은 유명 셀럽들이 데일리룩에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보다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즐기는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밑창이 두꺼운 호카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기능성 브랜드들도 이러한 국내 시장 변화에 발맞춰 데일리용 러닝화를 선보이고 있다. 리복은 일상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편 러닝 족 공략을 위해 최근 데일리 러닝화 '플로트직 1'을 출시했다. 리복의 다른 러닝화에 비해 주차 별 판매량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상용 운동화와 러닝용 운동화가 별개로 구분됐으며 러닝화를 찾는다면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고기능성 제품이 중심이었다"며 "최근에는 달리기가 대중화되면서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데일리 러닝화를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