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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소통한다는 착각'에 빠진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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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이 지인의 휴대폰 화면까지 요구하며 투표했는지 확인했습니다. 직원을 압박한 상사도 문제지만 제일 큰 문제는 투표 제도를 기획한 경기도라고 봅니다.”

경기도가 산하 공공기관의 성과를 도민이 직접 투표해 평가하는 ‘책임계약 평가제도’를 추진했지만, 기관 직원들의 인맥 싸움으로 전락했다는 한국경제신문 기사(5월 6일자 A18면)에 대해 한 평가대상 기관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책임계약 평가제는 경기도에만 있는 제도로, 김동연 경기지사가 민선 8기 ‘도민 체감 성과’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며 추진한 정책 중 하나다. 직원 수 200명 이상인 ‘빅4’ 공공기관의 주요 사업이 대상이다. 김 지사는 평가 결과가 좋은 기관에 정원을 늘려주고 도지사 표창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도민 평가를 반영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투표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전체 평가 요소 중 50%를 ‘온라인 및 오프라인’ 투표가 차지하고, 온라인은 같은 사람이 매일 들어가(하루 1회) 중복으로 투표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평가기관 직원과 지인들이 모두 동원돼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다. 기관 4곳 중 3곳이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투표하라는 압박은 더욱 심해졌다.

평가 결과가 기관장 임기에 영향을 준다는 말까지 돌며 경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평가 대상 기관장 중 2명의 임기는 내년 1월이면 종료된다. 한 기관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도내 공공기관의 부끄러운 조직문화만 느꼈다”고 했다.

투표 만능주의는 ‘경기북도’ 새 이름을 정할 때도 문제가 됐다. 경기도는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을 대국민 온라인 투표로 선정했지만, 다수의 도민은 “내가 도민인데 도대체 누구의 투표로 결정된 결과냐”며 분노했다. 충분한 정보 공유도, 홍보도 없이 이뤄졌는데 어떻게 믿겠냐는 것이다.

투표하고 싶다면 내용과 방식부터 선명하게 알리고, 투표자들이 표의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기준을 마련할지 정하는 것부터 도민들과 차근차근 대화할 필요가 있다.

투표만 한다고 도민과 소통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도민들은 김 지사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 했다. 지난 1일 올라온 ‘경기 분도(평누도)’에 반대한다는 도민 청원이 하루 만에 답변 기준(1만 명)을 넘기고 4만6000명 이상 지지를 얻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손쉬운 투표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도민과 진짜 소통할 길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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