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위 해운사 머스크가 중국 조선사에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5척 주문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조선사가 제출한 설계 도면에 머스크가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新造) 시장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국내 조선 3사에 상당한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9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는 최근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자회사인 황푸웬청조선소에 주문 연기 의사를 전달했다. 연말까지 해당 프로젝트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2위 해운사가 향후 핵심 선박으로 선정한 배 건조를 늦춘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이 기업과 3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소형 컨테이너선을 최대 15척 발주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총 10억2000만달러(약 1조4000억원)다. 선박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차세대 연료인 메탄올선을 중국 조선사가 수주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머스크가 건조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사가 설계한 도면이 머스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계약을 취소하면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머스크가 아예 발주를 취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액화천연가스(LNG) 이후 미래 선박 연료는 암모니아와 메탄올 둘 중 하나다. 올해 중국 조선사는 전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을 싹쓸이했고, 반대로 한국 조선사는 암모니아 선박을 모두 수주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주문 연기로 향후 선사들이 메탄올 추진선을 발주할 때 한국 조선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 1월 초대형 메탄올 컨테이너선(1만6200TEU급)을 세계 최초로 건조하는 등 메탄올선 건조 기술 측면에서도 한국은 중국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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