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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여친 살해 의대생, 성격 문제 촉발 도화선은 '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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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서울권 명문대 의대생 최모 씨(25)가 숨진 피해 여성 A씨(25)의 경동맥이 지나는 목 부위만 20여 차례 찌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검 결과 사인은 '흉기에 의한 과다 출혈'로 나타났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9일 "프로파일러들을 투입해 성격 특이성 같은 걸 파악해야 한다. 거의 완벽주의적 성격을 가졌던 적이 있는 사람 같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의대 진학 후 1년 유급을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마도 매우 조용하지만, 안에는 불만이 굉장히 쌓여 있을 시한폭탄 같은 사람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숨진 여자친구와 이미 이별한 관계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 이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 상대방이 일종의 최후통첩처럼 무엇인가 사건을 벌이겠다고 이미 경고를 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도 갑자기 끊어내지 못해서 현장에 유인이 돼서 간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수사 과정 중 계획범죄를 시인한 것으로 보이는 데 정신적 문제가 있을 개연성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면서 "일반적으로 계획 살인하려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데 사람들이 밀집된 강남에서 오후 5시에 일어난 사건이다 보니까 지금 이게 전형적인 계획 살인, 예컨대 완전 범죄를 꿈꾸는 그런 종류의 도주 시간, 도주로 이런 것들을 확보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하고 동질적이냐 하는 부분에서는 좀 거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신을 하다 발견돼 경찰이 출동했는데 구조되는 와중에 '가방이 있으니 옥상에서 가방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면서 "그 대목이 과연 살해할 것을 계획한 사람의 발언으로 적합한지 재판 과정 중에 따져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이 사람의 어떤 정신적인 취약성, 예컨대 성격적인 문제, 이런 것들을 추정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사전에 흉기를 구매했기 때문에 이것은 법적으로 보면 계획 살인에 근접한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가방을 두고 왔다고 얘기하지 않았으면 상황이 굉장히 좀 시간이 지연될 수도 있는 사건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1년 유급을 한 후 내적으로 불만이 굉장히 쌓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피해자와 연락하게 된 그런 과정 중에서 계속 자살 위협 같은 걸 했을 개연성, 그래서 피해자를 오도 가지도 못하게 이별도 쉽게 통과하지 못하게 이렇게 통제했을 개연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죽이겠다는 위협도 위험하지만 자기가 죽겠다고 위협을 하면서 상대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라며 "일종의 스토킹 연장선상에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미 이별하자고 했는데 결국은 계속 괴롭히는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경찰에 신고해서 자신의 신변 보호가 되는 나라라면 피해자들이 아마 신고를 했을 것이다"라며 "지금 불법 촬영자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들이 다 일단 신고부터 한다. 경찰에 신고하면 촬영물을 지워주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스토킹이나 지금 이별 살인 같은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도 신변 보호가 안 되기 때문에 신고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법률적으로 입법만 되어 있을 뿐 빈틈이 너무 많아서 피해자 신변 보호를 못한다.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이 지점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능 만점' 이력을 가진 최씨가 범죄를 저지른 이유에 대해 "자기 비하나 자기 불만족이라는 게 대부분 절대적인 어떤 비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서 "제가 볼 때 의대의 어떤 아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종의 한 번은 도태 즉 '유급'으로 본인이 친구들보다 못하다는 걸 인지했고 이게 어떤 성격적인 문제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을 수 있다"고 했다.

최씨 국선변호인 측에 따르면, 최 씨는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우발적인 범죄가 아닌 일부 계획성이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다만 범행을 계획한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수학능력시험 만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 의대에 입학했던 최씨는 적응에 어려움을 느끼며 지난 2020년 한 차례 유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그를 구속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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