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팝을 몰랐던 친구들도 요즘은 노래방에서 한두 곡 정도는 흥얼거리면서 같이 불러요."
대학생 김모씨(25)는 노래방에서 일본 밴드 '요아소비(YOASOBI)' 노래를 주로 부르는 일본 애니메이션 마니아다. 그는 "아이묭, 후지이 카제, 요네즈 켄시 등 '나만 아는 가수'였던 일본 아티스트들의 애니메이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가 유튜브를 타고 유행하면서 많이들 따라부른다"고 설명했다.
노래방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OST를 부르는 20·30세대가 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니메이션 OST가 기존 마니아층을 넘어 입소문을 타면서 이를 타깃으로 한 노래방 수록곡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멜론의 '해외 종합 톱 100 차트'엔 이례적으로 몇 년 만에 J팝이 4곡 진입했다. 이 가운데 3곡이 애니메이션 OST다. 요아소비의 '아이돌(최애의 아이 OST)', 요네즈 켄시의 'KICK BACK(체인소맨 OST)', 래드윔프스(RADWIMPS)의 '스즈메(스즈메의 문단속 OST)'가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위 오타쿠(은둔형 마니아) 문화로 취급받던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난해 한국 아티스트들을 통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장면을 따라 하는 챌린지를 이어간 게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J팝의 인기는 노래방에서 애니메이션 노래를 찾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노래방 기기 업체인 TJ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 곡 연주 횟수가 전년 동월 대비 70만 회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도 비슷한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OST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틈새 전략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특정한 노래방기기 업체에만 OST가 수록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OST인 '절대로 누구도', '반짝이는 순간에 잡혀서'가 TJ미디어에만 수록된 게 한 사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