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이 제4이통사 출연과 토스 등 금융기관의 알뜰폰(MVNO) 시장 진출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지적하면서 업계 위기 상황을 토로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알뜰폰 업계의 통신 법안 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알뜰폰 사업을 촉진하고 장려할 수 있는 법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업 환경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8㎓(기가헤르츠) 주파수는 이통 3사도 안 쓰는 주파수여서 제4이통사가 가계통신비를 내릴 수 없다"며 "이는 통신비를 절감한다는 정책과 일관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일환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5세대(5G) 3만원대 초반 요금제 출시와 전환지원금 도입 등의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토스, KB국민은행 등 금융권도 알뜰폰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통신비 부담으로 시장에 개입하려면 규제정책을 써 작동되도록 해야 하고, 규제하지 않으려면 통신비를 통신 3사가 자율로 정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통신비를 내릴 수 있는 통신 인프라가 아닌데도 28㎓를 만들어 로밍이나 상호접속을 시켜 특혜를 준다며 알뜰폰 정책을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며 "올해까지 이 같은 정책 왜곡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안 되면 내년 2월 협회장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고명수 스마텔 대표도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 요금제가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가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된 후 도매대가의 70~80%까지 허용해준다고 하는 등 알뜰폰 생태계가 왜곡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그동안 이동통신 3사에 망 도매대가를 제공하고 통신망을 임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해 왔다.
고 대표는 "중소사업자의 알뜰폰 입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과당경쟁을 만들어 알뜰폰 생태계를 왜곡시키는 것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알뜰폰 사업자들도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이용자 보호라든가 부정폰 발급 방지, 개인정보 유출 예방 등에 최소한 통신 3사 못지않은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