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체제 선전을 주도하며 '북한의 괴벨스'로 불렸던 김기남 전 노동당 선전선동 담당 비서가 94세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다장기기능부전으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김기남 동지가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2024년 5월 7일 10시 애석하게도 94살을 일기로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고인의 시신이 평양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돼 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조문을 받고 9일 오전 9시 발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가장의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8일 오전 2시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1960년대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시작해 선전선동 부장, 선전 담당 비서 등을 거친 김기남은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3대 세습의 정당성 선전을 이끌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2005년 8·15 민족대축전 참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 북측 당국 대표단 단장으로서 31명의 대표단원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에도 북한 특사조의방문단 단장으로 남측에 온 일이 있다.
김기남은 김정은 집권 후에도 직위를 유지하다가, 2017년 10월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 때 주석단 명단에서 배제됐다. 이때 노동당 부위원장과 선전선동부장의 직책에서도 물러났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