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대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옥석 가리기’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브리지론(토지비 대출) 유지 기간과 횟수 등 정량적·획일적 기준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어서다. 최근 1년간 부동산 금융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위축되면서 될성부른 사업장이 대거 정리 목록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국내 3000여 개 PF 사업장 중 브리지론 상태인 사업장은 70%에 이른다. 오는 10일께 발표될 예정인 ‘PF 정상화 방안’에는 브리지론 단계에 있는 사업장을 걸러내기 위한 4단계 세분화 기준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순서로 △양호 △보통 △악화 우려 △회수 의문으로 나눠 정상 사업장 위주로 대출이 돌게 할 방침이다.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PF 채권을 인수할 때 건전성 분류를 ‘정상’으로 하거나 자기자본 100%로 제한된 유가증권 투자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브리지론을 세 차례 이상 연장한 사업장 등은 ‘악화 우려’나 ‘회수 의문’ 등으로 분류해 공매와 재구조화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업장에 대출해줄 경우 금융사가 대출의 75%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게 하는 식이다. 충당금 부담 탓에 금융사가 대출해줄 유인이 사라진다.
업계에서는 브리지론 기간이나 연장 횟수 등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면 정상 사업장이 대거 ‘문제 사업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사업성을 불문하고 브리지론에서 PF로 전환하지 못한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 하이엔드 주택을 공급하는 A사업장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 1년간 브리지 대출을 3회 연장했다. 금융당국이 브리지 대출에 대한 충당금 규제를 강화하자 최근에는 3개월씩 기간을 연장한 곳도 많다는 게 시행업계의 설명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인허가를 마치고 PF 전환을 앞둔 시점에 공사비가 올라 시공 계약이 몇 개월 지연됐고 연쇄적으로 금융 경색이 영향을 미쳤다”며 “본PF로 전환되면 즉각 착공할 수 있는 상황인데 지금 기준대로면 문제 사업장이 된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총선 등으로 인해 옥석을 가릴 때를 놓친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 지연 등 채무 불이행 기록이 없는 사업장, 최종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 본PF 전환 시 당장 착공이 가능한 사업장 등은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해 자금이 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공포 분위기에서 PF 가이드라인이 여러 차례 미뤄지는 사이 대부분 브리지론 사업장이 부실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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