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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황정민 정면 대결 나선 노장들…"'햄릿'의 실험, 기대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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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도 '꿈의 배우'라고 꼽히는 거장들이 모두 모였다. "올해 환갑인데, 여기서는 막내급"이라는 연기 경력 40년차 길해연을 비롯해 다른 곳에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이곳에서는 애교 있는 막내가 된다. 연극 '햄릿'의 경쟁력으로 '배우들의 내공'이 꼽히는 이유다.

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연극 '햄릿'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 손진책, 프로듀서 박명성과 올해 82세 맏언니 박정자를 비롯해 배우 전무송, 이호재, 손숙 등 주요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햄릿'은 '시대를 관통한 대가들, 다시 고전을 말하다'는 타이틀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동명의 작품을 새로운 색깔로 선보이는 작품. 2016년, 2022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시즌으로 선보여진다. 60년 경력의 전설적인 배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부터 각종 연극, 연기상을 휩쓴 중견 배우들, 그리고 첫 연극 데뷔를 앞두었지만 이미 가수와 뮤지컬 배우로서 정점에 섰던 배우 루나까지 총 24명의 각계각층에서 모인 배우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단합으로 연륜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016년 '햄릿'은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 연기 인생 도합 422년 내공의 이해랑 연극상을 받은 9명 배우가 모여 28회 공연을 전회 매진시켰고, 2022년에는 팬데믹으로 움츠러든 연극의 활성화를 위해 초연의 원로 배우는 조연과 앙상블로 물러서고 햄릿 강필석, 오필리어 박지연을 포함 젊은 배우들이 가세하여 15명의 배우가 세대를 뛰어넘는 명품 연극을 완성,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햄릿'은 '공연 수익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라는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지난 시즌 참여했던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손봉숙, 길해연, 강필석, 김명기, 이호철에 더해 이호재, 김재건, 길용우, 남명렬, 박지일, 정경순, 전수경, 박윤희, 이항나, 이승주, 양승리, 이충주, 정환, 루나 등 새로운 배우들이 합류했다.

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2016년 첫 '햄릿' 프로젝트부터 2022년, 올해까지 3번째로 작품을 이끈다. 손진책은 "초연 때는 '햄릿'을 구하다 구하다 못하겠다 싶을 때 '60대 유인촌이 햄릿하면 왜 안돼'라는 생각을 했고, 시니어 배우들 위주로 9인이 하는 '햄릿'을 만들었다"며 "나름대로 재밌었던 작업이었다"고 초연을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후 국립극장에서 하면서, '햄릿'은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고, 이번에는 살아있는 채로 죽은,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사령'들의 연극으로 만들어봤다"며 "매번 만들 때마다 셰익스피어가 천재적이라 굉장히 힘든데, 그만큼 재밌고 의미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모호한데, 그 모호함을 배우들과 함께 헤치면서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햄릿'은 오는 6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상연된다.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선보여지는 전도연, 박해수 주연의 '벚꽃동산',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황정민의 '맥베스'와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손 연출은 이런 상황에 오히려 "다행이다"라며 "대한민국 연극계 대극장 연극이 한동안 제작되지 못했다. 다 같이 '붐업'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이어 "'햄릿'이 흥행하리란 확신은 없다"면서도 "3개월 동안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한 확신보다는 도전의 마음이 크다. 공연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극 중 배우1 역을 맡은 박정자 역시 '햄릿'은 '햄릿'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정자는 이전 시즌을 포함해 3번째 '햄릿' 출연임을 강조하며 "2년 후에도 이 멤버로 다시 뭉쳐서 하길 바라본다"며 "고전은 영원한 고전이고,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고전이야'라고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공통의 언어이기에 '햄릿'은 영원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햄릿' 말고 좋은 고전들이 많은데, 그런 작품들을 꾸준히 하면서 국가 브랜드화 시켰으면 좋겠다"며 "그런 작품이 계속된다면 출연료를 받지 않아도 좋다"고 덧붙였다.

기라성같은 선배 연기자들의 출연에 다른 현장에서는 '최고참'으로 불리는 전수경, 길해연도 "막내가 된 기분"이라면서 색다른 연기를 예고했다.

박정자와 함께 배우1 역으로 더블캐스팅이 된 전수경은 "어릴 때부터 보던 꿈의 배우님들과 함께한다는 점이 저에겐 의미가 있다"며 "뮤지컬을 하다 보면 '1세대'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고, 어디 가면 가장 선배급으로 속했다. 여기선 막내라는 기분이 설레고, 신인이 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전설과 같은 박정자 선생님의 더블 캐스팅"이라며 "제가 어디에서 박정자 선생님과 더블 캐스팅을 해보겠냐"고 말했다.

거투루드 역을 맡은 길해연은 "제가 올해 환갑인데, 여기만 오면 어려진다"며 "연기자로서도 감사한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딘가에서 연기할 때 책임지고 아는척해야 하는데 여기서는 부족한 점을 드러내고, 나를 드러내고, 다시 배울 수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새롭게 연기를 시작하는 마음"이라며 "매 순간이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그룹 에프엑스로 2009년에 데뷔해 올해로 연예계 활동 16년 차인 루나 역시 '햄릿'에서는 막내였다. 오필리어 역을 맡은 루나는 "'햄릿'이라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영광"이라며 "존경하는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자세로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루나는 "연극 공부를 하면서 셰익스피어 '햄릿'은 필수로 공부한 작품이었고, 오필리어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라며 "뮤지컬에서는 밝은 캐릭터로 무대에 많이 섰었는데 이번에는 그동안 보여드렸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아 관객분들이 어떻게 바라봐주실지 궁금하고 이번 기회로 연기에 대한 제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타이틀롤 햄릿은 강필석, 이주승 더블 캐스팅이다. 손 연출은 두 배우의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2번은 봐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강필성의 햄릿은 외향적인 사유형이라면, 이승주 배우는 내향적 사유형이라 얘기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이주승은 "중압감이 엄청났고, 두려웠다"며 "스스로 이 선배들과 이 연기를 할 수 있는 인물일지 고민했다"고 출연을 결정하기 전까지 고민한 부분을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담을 수 없을지언정,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결심을 했다"며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그릇을 만들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포부를 전했다.

2016년 '햄릿'부터 참여해오고 있는 손숙 역시 전혀 다른 햄릿을 관전 포인트로 꼽으며 "강필석 배우가 처음 연기를 할 땐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결국 해내더라"라며 "이번에 익숙해질 수 있는데, 새로운 햄릿도 함께하니 더 긴장돼 서로 다르게 연기하는 게 보인다"고 말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강필석 역시 "2016년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며 감동했고, 2022년 햄릿 역할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며 "이번에도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연습실에 오고, 선배님들을 뵙는 것만으로도 좋다"면서 들뜬 마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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