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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이 복약지도·배송까지…'멜라토닌' 불법유통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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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잘 오는 약’으로 알려진 전문의약품 멜라토닌이 서울 남대문시장 수입 상가에서 버젓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 상인이 직접 소비자에게 복약을 지도하는 등 불법이 만연해 오남용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남대문시장 도깨비 수입상가 내 20여 개 상점에서 미국산 멜라토닌(사진)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멜라토닌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 가능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멜라토닌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돼 수입과 유통이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도깨비시장에서는 용량별, 제조사별로 다양하게 구비된 멜라토닌을 구입할 수 있고, 배송도 해준다. 상인 A씨는 “미군 부대 PX에서 상품을 구하거나 외국인 보따리상을 통해 들여온 것”이라고 전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멜라토닌 가격은 국내 제품 대비 8분의 1 이하다. 도깨비시장에서 살 수 있는 미국 네이처메이드 제품은 멜라토닌 함유량 3㎎짜리 가격이 한 정당 160~180원이다. 건일제약이 제조·판매하는 전문의약품 ‘서카딘정’은 한 알(멜라토닌 용량 2㎎)당 1300~1500원 선이다. 이날 상가에서 제품 두 통(여덟 달 치)을 4만원가량에 구매한 김모씨(48)는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에서 샀다면 30만~40만원은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상인이 복약을 지도하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힌다. 이날 기자가 “밤에 잠들기 어렵다”고 상인 B씨에게 문의하자 그는 “1㎎에서 10㎎까지 있는데 처음 먹는다면 5㎎부터 먹어봐라”고 권했다. 이는 식약처가 권장하는 멜라토닌 첫 회 용량 2㎎의 두 배를 넘는다.

식약처에 따르면 고함량 멜라토닌을 장기간 복용하면 의존성과 함께 두통·어지러움·우울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멜라토닌을 1년 동안 복용했다는 박모씨는 “멜라토닌을 먹은 다음 날 아침에는 엄청 몽롱하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여서 겨우 끊었다”고 말했다.

햇볕을 쪼였을 때 몸에서 생성되는 멜라토닌은 활동 주기를 조절해 졸음을 유발하는 기능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등 실내 활동 시간이 급증하자 멜라토닌을 찾는 이가 크게 늘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제보다 위험성이 덜하지만 오남용했을 때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멜라토닌을 반년간 복용해온 대학원생 최모씨(27)는 “처음엔 매일 3㎎을 한 개씩 먹었는데 이제는 5㎎ 두 개를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수면장애를 겪는다면 의사와 상담한 뒤 처방전을 받아 멜라토닌을 구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희 대한약사회 이사는 “불법적 경로로 멜라토닌을 구매한다면 올바른 복용법을 안내받을 수 없고, 위조 약품을 복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드시 상담을 받은 뒤 권장 함량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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