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증시가 나란히 10% 가까운 ‘깜짝 오름세’를 기록하며 세계 주요국(G20) 증시 중 상승률 1,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이 개선된 영향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보다는 기록적인 물가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현금 가치 하락을 우려한 국민들이 증시에 뭉칫돈을 넣으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많다.
5일 이스탄불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튀르키예 대표 지수인 BIST100은 지난달 9.88% 상승했다. G20의 24개 주가지수 중 가장 많이 올랐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의 메르발(MERVAL)지수도 9.07% 오르며 월간 상승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지수 상승세의 이면에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있다. 고물가로 현금 가치가 쪼그라들 상황에 놓이자 이를 피하기 위해 증시로 돈이 쏠리는 것이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289.9% 급등했다. 환율이 급등하며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1년 새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튀르키예도 상황이 비슷하다. 튀르키예 기준금리는 50%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데 물가 상승률은 이를 크게 웃도는 70%에 달한다. 이에 주식투자자 수가 1년 전 400만 명에서 현재 820만 명 수준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편 지난달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G20 국가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중동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분쟁과 함께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고금리·고환율·고유가라는 삼중고에 시달린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99%, 4.04% 하락했다. 주요국 24개 주가지수 중 월간 상승률을 보면 코스피가 14위, 코스닥은 21위다. 22위는 미국 나스닥지수로 4.4% 하락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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