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어떻게 되세요?” “너 T야?” “전 J라서 뭐든 척척 잘합니다.”
요즘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대화다. 몇 년 전부터 MBTI 열풍이 불었다. 빠름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성향을 아주 빠르고 쉽게 파악할 수 있어 더 인기를 얻은 것 같다. 이제 학교 자기소개에도, 이력서에도, 자소서에도 MBTI 결과값을 쓰는 게 당연해졌다.
한때 내 성격을 정말 대변해 주는 것 같던 MBTI 유형 테스트도 이제 많은 피로와 부작용을 야기하는 것 같다. 작업 일정표를 짜야 하는데 본인이 P라서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 업무 회의를 해야 하는데 I 성향이라서 말하는 게 힘들다며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 본인은 T 성향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팀장 등등…. 어쩌면 MBTI 결과값을 방패 삼아 어떤 노력도 안 하려 드는 것은 아닐까?
이제 “저는 P라서 계획을 잘 못 세워요”라거나 “저는 I 성향이라서 회식하는 게 힘들어요” 같은 말을 들으면 장기하의 노래처럼 ‘그건 네 생각이고’를 외치고 싶다. MBTI는 지금 나의 현재 성격과 성향을 드러내는 간략한 지표일 뿐 그 결과대로 살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본인이 그런 성향이라는 것을 파악했다면 다른 성향을 발달시키도록 노력해 보고,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해봐야 한다.
요즘엔 누군가를 만날 때 MBTI를 더 이상 물어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 하나의 지표로 그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싶지 않을뿐더러 나조차도 그것을 핑계 삼아 내가 못 하는 일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리더십을 주제로 한 서은아 메타 상무의 영상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저는 T예요. T가 팀장이 되는 게 너무 어려워요’라고 얘기합니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른 것처럼 팀장에게도 역량 성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하나가 ‘역량적 F’입니다. 팀원이 마주하는 상황이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팀장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 것입니다. 내 개인의 성향이 T여도 지금 팀장을 맡고 있다면 공감 능력을 갖춘 ‘팀장의 자아’를 뒤집어써야 합니다.”
T 성향이기 때문에 팀장이 어렵다고 말할 게 아니라 개인의 성향이 공감을 못 하는 것이라면 공감을 잘하는 F의 역량을 키우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처음부터 MBTI대로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그저 몇 가지 특성을 재단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면적인 존재다. 계획적이지 않은 사람도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직관적인 사람도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MBTI로 쉽게 본인의 성향을 한계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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