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후계자로 그렉 아벨 비보험부문 부회장이 낙점됐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레스카주 오마하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2024년 1분기 매출액 898억6900만 달러, 영업이익 51억96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은 5%, 영업이익은 79.9% 증가했다.
다만 투자 부문 실적이 둔화하면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순이익은 64% 줄어든 127억 달러에 그쳤다. 현금성 자산은 1823억3500만 달러(약247조8000억원)를 기록했다. 워런 버핏 회장은 "이번 분기 말이면 2000억 달러까지 늘어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내다봤다.
이 자리에서 버핏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로 그렉 아벨 비보험부문 부회장을 지목했다. 버핏 회장은 "자본 배분은 그렉에게 맡기겠다"며 "그는 사업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크셔 해서웨이는 자산이 너무 커져 (예전과 같이) 두 사람이 나눠 관리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토로했다.
247조원 투자 이끌 후계자로 그렉 아벨 부회장 낙점
그러면서 "최고결정권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때 사업을 인수하고 주식을 모으는 등 모든 종류의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예전에는 다르게 생각했지만, 책임도 최고결정권가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현재 버크셔 해서웨이는 버핏 회장 아래 아지트 자인 부회장(보험 부문), 그렉 아벨 부회장(비보험 부문), 토드 콤스 가이코 최고경영자(그외 투자 부문), 테드 웨슬러 투자 담당 책임자 등이 업무를 맡고 있다. 이날 버핏 회장의 발언에 따라 아벨 부회장은 투자 부문의 최종 결정권을 가질 전망이다.
이날 주총장에서 홀로 6시간에 걸쳐 4만여명의 주주들과의 대화를 이어간 버핏 회장은 지난해 11월 99세를 일기로 타계한 찰리 멍거 부회장에 대한 그리움도 드러냈다. 주총장에서는 인기 미국 드라마인 '더 오피스', '위기의 주부들', '브레이킹 배드' 등을 패러디한 장면에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이 등장하는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이 끝나고 버핏 회장이 주총장의 불을 밝힐 것을 요청하자 주주들은 기립 박수로 찰리 멍거를 추모했다. 버핏 회장은 "주식을 살 때 아내와 자녀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찰리 멍거 같은 사람은 수십년간 없었다"며 이전까지 함께 주총장에 섰던 찰리 멍거를 회상했다.
찰리 멍거만한 사람이 없다…그리움 드러낸 워런 버핏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는 각각 29세와 35세이던 1959년 버핏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만났다. 찰리 멍거는 1962년 워런 버핏이 인수한 버크셔 해서웨이에 공동 경영자로 참여했고 이후 6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갔다.버크셔 헤서웨이의 자회사들도 찰리 멍거를 회고하는 상품들을 선보였다. 찰리 멍거가 발굴한 가치주 씨즈캔디는 그를 기리는 선물 패키지를 내놨고 인형 제조사 재즈웨어는 버핏과 멍거를 닮은 봉제 인형을 선보였다.
한편 버크셔 헤서웨이는 이번 주총에서 애플 지분을 1년 만에 13% 줄인 실적 보고서를 공개했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도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총에 출석했던 터라 현장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지난 1분기 기준 버크셔 헤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지분가치는 1354억 달러다. 버크셔 헤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만 하더라도 애플 주식 9억556만주(약 1743억 달러)를 보유했지만, 지난 3월 말 1억1556만주를 매각했다.
이에 대해 워런 버핏은 기업에 대한 전망이 바뀐 것이 아니라 세금 부담을 우려한 지분 축소라고 해명했다. 버핏 회장은 "애플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며 이후로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버크셔 헤서웨이는 뱅크오브아메리카 392억 달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345억 달러, 코카콜라 245억 달러, 쉐브론 194억 달러 등의 지분 가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